검은 백지에 씌어진 눈의 깜박임.
사냥꾼을 만난 노루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고독”
이 단어가 백지위에서 버스럭대면
사냥꾼은 두 손 모아 아베마리아.
검은 백지 위에 노려보는 글자들.
존재와 비존재를 가르는 우주적 열기.
탄생이 죽음이 되고, 죽음이 탄생이 되는
언어의 즐거운 저항.
손가락 한번 움직임에,
사냥꾼은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노려본다.
네모난 세상은 언제라도 가파른 히말라야 설산이 되어
소리 없는 눈사태를 맞이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세상은 손가락의 분명함을 기다린다.
만약 내가 명령만 내리면
밤이 낮이 되고, 낮이 밤이 되리라.
5월에 눈이 내리고, 12월에 꽃이 피리라.
내 존재는 빛과 그림자의 경계이리라.
그렇다. 이곳은 내 무한한 세상.
나의 의지가 질서를 지배하는 곳.
어둠은 빛에 반하고, 빛은 어둠을 사모하는 곳.
쓰는 괴로움.
감정의 지속성.
찰나가 영겁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의 또 다른 복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