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법칙 - 2

이성관은 가족관계에서 출발한다.

2. 가족과의 관계

내면의 많은 문제들은 가족관계에서 출발한다. 또한 어떤 어른 밑에서 유아기를 보냈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세계와 인생에 대한 태도가 결정된다. 활발하고 호기심 많고 건강한 아이였으나, 어른들의 교육방식으로 소심하고 병약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태어나서 7살까지 외할머니와 친할머니의 손아래에 자랐다. 부모님은 생존을 위해 일을 해야 했다. 기질과 성향은 유아기에 결정되기 때문에, 두 분의 할머니는 훗날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짓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할머니들은 폭력적인 역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슴속에는 큰 슬픔이 있었다. 친할머니는 깊은 시골에서 공장을 하며 살아가셨다. 반면 외할머니는 도시에서 많은 자식들을 돌보며 가장의 역할을 하셨다. 서울에 위치한 달동네 골목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는 가게를 하고 외할머니가 나를 도맡아 키우게 되었다. 억척스럽고 강한 외할머니는 나를 강하게 대하셨다. 잘못하면 매를 들기도 하고, 손수 나를 씻기고 음식을 주셨다. 자주 나의 주장이 묵살돼서 갈등을 일으켜서 불쾌했다. 그래서 외할머니는 무섭고 피하고 싶었다. 반면 친할머니가 있는 시골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한 달씩 가 있었다. 귀한 손자이기에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다. 두 분의 사랑은 대조적이다.

 

친할머니가 사시는 공간은 깊은 산골이었다. 그곳의 자연환경은 경이로우면서 공포스러웠다. 밤이 되면 그곳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지금보다 맑은 공기여서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을 보이고, 땅에는 반딧불이 온 사방에 날아다녔다. 혼불이라고 불리는 불덩어리들의 춤을 자주 보곤 했다. 눈에 비추어진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자연속의 경험은 나의 무의식에 강력한 자극을 주었다. 이것은 훗날 종교로 이어졌다. 신의 존재는 삶의 궁극적 질문으로 확장되었다. 자연은 나의 영적 갈증을 자극했다. 친할머니는 밤마다 옛날이야기로 상상력을 일으키고 예술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이와 같이 자연과 친할머니의 이야기가 아이의 감정과 감각을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


외할머니가 사시는 공간은 도시 문명이다. 생활환경은 혹독한 현실이고 전쟁터와 같았다. 하루하루 살기 위해 모두가 고군분투하는 현장이었다. 삼촌과 이모들은 작은 공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살림해야 했다. 엄혹한 시대에서 여성이 살아가는 것은 가혹했다. 혈연관계 속에서 본 여성들은 강했다. 남편이 무능하면 홀로 살아남는 방법을 선택한다. 어린 내가 본 여성은 두렵고 강한 존재였다. 반면에 나의 혈연 속에 속한 남성(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아버지)들은 예술적 감각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런 남성은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인이 된 나도 이런 습관을 답습했다. 반면 여성은 현실에 빠르게 적응하고 필사적인 노력으로 헤쳐나갔다. 먹고살기 바빠서 교육받지 못한 나의 두 할머니는 가족들을 위해 희생을 해야만 했다.

남성은 경제적 무능으로 분열되고 여성은 지적인 무능으로 무너졌다.

두 할머니의 대조적인 사랑과 환경으로 나의 성격은 내향적 성향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예술적 성향과 환경은 에너지를 내면 안으로 향하게 했다. 청소년 시절 존재의 이유를 깊이 고민하게 된 것도 이러한 작은 불씨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 생활환경, 시대적 배경, 영적 경험은 각각 어떠한 역할분담을 하는 듯하다. 가족 간의 관계에서 감정, 이성의 영역을, 환경은 감각, 직감의 영역을 깨우는 역할을 했다. 나의 정신적 영역에서 여성은 70%, 남성은 30%의 영향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많은 시간을 보낸 외할머니와의 관계에서 여성관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종합적인 상황이 오랫동안 강한 여성을 두려워하게 된 결과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