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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Mar 18. 2019

로미지안 가든

방문기

가끔 정선 부모님 집에 다녀오면 가볼만한 곳은 다 가보았다. 마침 작년 4월에 개장했다는 로미지안 가든에 가 보았다. 천식을 앓는 아내를 위해 강원도에 정착하셨다는 엘베스트 손직익 회장이 직접 6년 동안 만들었다고 한다. 연애시절 아내를 부르던 별명이 '로미', 손진익 회장의 호가 '지안' <로미지안> 이름 안에 낭만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치유의 숲으로 강원도 일대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얼마 전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도 참여하게 되었다.      


집에서 얼마 되지 않은 거리를 달려 도착한 매표소는 꽃길이 있는 카페 아르미스였다. 주차장에서 가든까지 걸어가야 했다. 인생 1경 혹은 인생 2 경이라고 이름 지어진 길이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순례길을 걸어가야 목적지에 도착하게 꾸며놓았다. 손진익 회장은 힐링에서 머물지 않고, 길을 가는 곳곳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자아를 되돌아보게 만들어 놓았다.

                       

     

인생 2경 생명의 소리길     


20분가량 길을 걸어 생애의 탑에 도착했다. 로미지안 가든 입구에는 세 개의 탑을 세워놓았다. 500년 이상된 삼나무로 세워진 세 개의 탑은 생애의 주기를 뜻하는 탄생(초록), 청춘(빨강), 완생(검정)을 의미한다. 탑을 지나 아라리 탑이 보였다. 정선아리랑을 재해석한 글귀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我)는 참된 나를 의미하고,

리(理)는 알다, 통하다는 뜻이며,

랑(朗)은 즐겁다, 밝다는 뜻입니다.
                       

아라리 탑      


나를 만나는 첫 번째 문, 아리석문을 지나 피라미드 모형의 프라나 탑이 있다. ‘나와 자연 그리고 우주의 섭리를 깨닫는 곳’이라고 적혀 있는 석탑 안을 들어가면, 3D 홀로그램 전시물이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 은하계가 내 안에 있는 듯하게 위치해 있었다. 간결한 구조물이지만 의도한 바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는다.                            


프라나 탑     


탑을 지나면 로미지안의 랜드마크인 가시버시 성이 자리하고 있다. ‘가시버시’란 말은 순 우리말로 부부를 뜻한다고 한다. 손회장의 아내를 향한 사랑이 로미지안 가든을 만들게 된 출발점이다. 가든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아내의 사랑이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변화했다고 느껴졌다. 가든 곳곳에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글귀가 배치되어 있었다.     

                     

     

가시버시 성    

                      

     

그의 이념이 궁금했다. 저서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손 회장의 ‘나를 만든 글 한 줄’이 있다. ‘젊을 때는 냉철한 문제의식과 용기로 꿈을 향해 매진하고, 중년이 되어서는 신독과 사숙의 마음가짐으로 도덕적 수양을 쌓고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에 대한 올바른 가치 판단으로 분별 있는 삶을 추구하며, 노후에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문의 명예를 빛내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며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초년은 냉철함과 용기, 중년은 인성, 노년은 존중과 사랑이 눈에 띄었다.     

 



문화적 콘텐츠를 느낄만한 곳이 없는 강원도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넓은 부지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지역주민과 정부를 설득하고 직접 손회장이 발로 뛰었다고 한다. 그는 자연이 주는 감사함을 알게 되고,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다소 아쉬운 것도 없지 않았다. 전달하는 내용적인 부분에서 단순했다.     


지안 아트홀이란 곳에서 로미지안 소개 영상은 짧고 영상미에 초점을 맞추었다. 청소년과 사회초년생 혹은 노인을 위한 곳이라면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겠지만, 지적인 중장년을 위한 곳이라면 콘텐츠가 약해 보였다. 그동안 국내 몇몇 휴양림이란 곳을 돌아보았지만, 로미지안은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독특한 휴양림이었다. 예전의 휴양림은 몸을 위한 치료를 초점을 맞추었다면, 몸과 마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갈 때이다. 이제 정신을 위한 피톤치드가 필요한 시점에서 로미지안 가든은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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