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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Mar 02. 2019

[인터뷰] 상처 입은 치료사 - 심리상담사

인터뷰 특집


심리학은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 내면을 탐구한다는 것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알고 있다. 한때 나를 아는데 도움을 받는 유용한 도구였다. 나는 인생의 방향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을 시기에, 심리학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고 일으켜주는 지팡이가 되어주었다. 심리학이란 영역에 잠시나마 발만 담갔을 뿐인데, 거대한 세계를 마주한 것 같아서 신비롭고 놀라웠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직접 마주하며 상담을 하는 심리상담사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상담사에게 직접 듣게 된 현장은 가장 어려운 환경에서 생사를 오가는 치열한 전쟁터였다. 까다로운 자격요건과 엄청난 노력이 필요로 하면서, 생각보다 대우를 받지 못 받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었다. 무엇보다 사회안전망이 무너져가고 있으며, 많은 상담사들이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좋아지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는 가해자와 피해자들, 분노를 자기로 향하는 자살자들을 마주하고 있는 심리상담사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사다향: 심리상담사의 길을 걷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시지요?


상담사: 저도 풀리지 않는 마음의 상처들을 치유하기 위해서 상담을 받게 되었고,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진로를 고민할 때였고, 지인의 소개로 상담을 받으면서 적성에 맞다고 나왔습니다. 그 사람 덕분에 힘을 얻게 되었고, 공부를 하게 되었죠. 주변의 권유가 큰 힘이 되었죠. 심리학을 하면서 호기심이 커지고, 나를 알고 싶고 타인을 알고 싶어 지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사다향: 심리학의 어떤 점이 그렇게 끌리셨나요?


상담사: 막상 이쪽 세계를 알아보니 10년의 공부 과정이 필요하고, 돈도 많이 못 벌더라고요. 그런데 그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끝없이 알아가야 되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처음에는 먹고사는 직업을 따라 가지면서 실력을 하나하나 다져나가야 되고, 업계에서 요구하는 자격증도 따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건강을 잃어가면서 버티고 버텨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자원봉사도 했습니다. 그 후 학교 교수님의 추천으로 심리상담사로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사다향: 그렇게 힘든 직업이라도 상담하면서 성취하는 보람이 있으면 말씀해주시죠.


상담사: 힘들고 잠도 많이 부족하지만 재밌어요. 대부분의 전문직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과정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지루하고 돈도 필요하고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사람과의 만남도 일적으로 만나야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뿌듯할 때가 있어요. 그 배경에는 수행하는 과정이 너무나 보람 있고, 적어도 내가 이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즉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일을 하면서 제가 성장하고 상대방이 나를 신뢰하고 도움이 되었다고 느낌을 받고, 내가 그런 역할을 하면서 그곳에 서 있다는 것은 분명히 저에게 의미가 있죠.

내가 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정확히 파악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고, 이 사람을 파악하고 정리하고 녹음파일을 듣고 해석합니다. 이 과정에서 심오한 집중력이 필요로 합니다.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이 무엇과 연관되어 있고, 그러면 또 제가 자기 검열을 하게 되면서 나를 이해하고 성장하죠. 즉 나를 채우면서 동시에 나를 자유롭게 합니다.






사다향:아무리 심리상담사라도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데, 어떻게 푸는지요?

상담사:자조모임이 있습니다. 나의 내적 성장을 위해서 혹은 위안을 위해서 집단 심리하는 치료지요. 내담자(상담을 의뢰한 사람)에 너무 몰입을 해서 감정적으로 힘들어지면 일상이 힘들어져요. 상대에게 너무 집중하면 마음이 아리고 혼란스럽게 되면 걱정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에너지가 정체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내담자)가 가정폭력을 당하고 어린아이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고, 일상에서 그 아이를 계속 걱정하고 매이면 상담자가 지치게 됩니다.

내담자가 자발적으로 왔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면, 상담자가 무엇을 확인하려고 하면 안 돼요. 그러면 상담자가 자신을 탓하게 되는데 치료가 되지 않습니다. 내담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게 되면 자신을 탓하게 됩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몇 년 이상된 상담자들이 모여서 소진을 다루기 위한 모임도 합니다. 혹은 상담자끼리 모여 서로 고민도 나누고 반성도 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개인마다 다르기도 합니다. 취미로 여행을 가기도 하고 음악을 듣고 춤을 배우기도 합니다.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 핵심이죠. 칼 로저스(심리학자)의 인간 중심 상담을 세계 최초로 공감적 이해를 체계화하신 분인데, 그러한 거장조차도 노년에 들어 내담자와 상담이 되지 않아서 스스로 상담을 받기도 했죠.



사다향:일반적으로 심리상담이란 것이 생소한데,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요?

상담사:한 사람의 심리를 분석하려면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행동 관찰이란 것을 쓰게 되고 사례개념화를 하게 됩니다. 우리는 방문한 내담자에 대해서 개념화합니다. 이 사람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어떤 이유로 이 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증상 원인과 발전과정을 분석합니다.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를 접근하는데 대단히 어려운 과정입니다.

우리는 잠깐 본 내담자를 분석한다는 것이 어렵고 힘든 수행과정이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다 단서가 됩니다. 표정, 눈짓, 장식구, 제스처, 패션, 소리, 언어, 신체적인 면등 모든 것이 정보가 되기 때문에 굉장히 집중합니다. 때로는 분석 내용이 상담자가 호소하는 문제와 불일치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해석을 해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힘듭니다.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내 것이 됩니다.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우리는 후숙이라고 합니다. 미숙함에서 완숙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죠. 그것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고 시행착오가 많습니다.

사다향:상담자는 내담자(상담을 의뢰한 사람)의 말을 많이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가요?

상담자:때에 따라 다릅니다. 상담 초반, 중반, 후반에 따라 다릅니다. 구조화 작업을 처음 합니다. 구조화란 상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급적이면 내담자가 반응을 많이 할 수 있게 합니다. 또 내담자가 장황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면, 컷 하고 방향을 돌리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자기 자신과 만나게 해야 되죠.




사다향:이제 좀 더 심각한 질문을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자살률이 높습니다. 가장 현장에서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말씀해주세요.

상담사:국가에서 운영하는 보건소마다 심리상담소가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에서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 중 평균 한 달 10여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4,50대가 가장 많습니다.

사다향:상당히 충격적인데요! 현장에서 자살 시도하시는 분을 설득하기도 하시나요?

상담사:당장 자살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습니다. 그러면 경찰이 같이 가자고 연락을 받지요. 그렇게 해서 가면 이미 늦는 경우가 많아요. 경찰 입장에서 담당이니 상담사가 같이 갑니다. 그래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미 늦은 경우가 많아요. 상담사는 자살하는 현장에서 설득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사다향:그렇다면 자살하려는 사람을 설득하는 인력도 필요하겠네요.

상담사:더 다른 접근이 필요한 거죠. 당장 출동이 가능한 인력이 필요하고요. 만약 자살을 했다면 자살 유가족 전담부서가 따로 있습니다. 가족들을 분담하거나 한 명이 다 분담하기도 하죠. 이 부분이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심리적 충격 때문에 심리부검센터라고 있습니다.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 분석합니다. 해부학에서 부검하듯이 자살자의 심리는 부검합니다.

사다향:어떤 식으로 부검을 하는 거죠?

상담사:왜 자살을 선택했는지 이유와 맥락을 분석합니다. 유가족들이 죽음에 대한 타당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쉽게 풀면 이런 이유로 죽었구나를 알아내는 것이죠. 그것을 납득해가는 과정을 알아냅니다. 이것을 받아들이면 정리가 되는 거죠. 유가족들이 ‘내 탓이구나’ 자책에서 죽음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이해하는 과정이 상당히 힘들죠.

사다향:심리부검센터를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상담사:해외에서는 활발히 하고 있는 시스템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보건복지부 산하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심리부검센터가 위탁되어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저도 몇 년 되지 않아서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습니다.

사다향:자살자 유가족 심리상담사는 따로 있나요?

상담사:자살자 유가족 심리 상담하는 상담사는 자격요건을 더 많이 요구됩니다. 실력도 있어야 하고, 많은 경력이 필요로 합니다. 저도 그 과정 속에 있고요. 실제적으로 유가족들의 자살률은 압도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사다향:말씀을 들어보니 제도적인 보완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상담사:아직은 공부 중이며 자꾸 안으로 들어가는 중이어서 거시적인 관점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돋보기로 봐야 할 때가 있고, 망원경으로 멀리 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줌 앤 아웃이 잘 되어야 하는 직업이죠. 필요할 때 들어가서 보고, 나와서 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어찌 되어 든 거시적으로 사회적 제도의 장단점을 보고 수정할 때가 있습니다. 공부 중에 그렇게 되기는 어렵지만 노력해야죠.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처음 초보들은 내담자의 말을 듣기도 바빠요. 저는 아직 수행 중인 초보자입니다.



사다향:말씀을 듣고 보니, 심리상담사란 직업이 고도의 훈련이 필요로 하네요. 수도승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상담사:상담사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우리는 조금 더 알아차릴 뿐이죠. 인간이 이상 취약점이 있고, 그런 부분 때문에 안 맞아 그만두기도 하죠. 우리도 우리의 결핍이 다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들 사이에 하는 말이 있습니다. ‘상처 입은 치료사’라고요. 상처를 치유하면서 나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포지션에서 잘 이끌어주기도 하지만, 제대로 못하기도 합니다.

만약 상담사가 성폭력 경험이 있는 피해자라면, 상담받는 사람이 성폭력 피해자를 만나야 할 때가 있죠. 그러면 상담사가 충분히 이 부분이 해소가 안되어 있다면, 피해자를 만나게 되면 상담사는 재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혼란감을 느끼게 되고, 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상담사는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합니다. 그 한계를 어떻게 아느냐 하면, 정서적으로 동요가 되고 감정적으로 감당이 안되면 한계입니다. 그러면 내가 처리가 안되었구나를 알아채는 겁니다. 후에 우리 상담사도 상담을 받고 드롭을 시킵니다. 즉 다른 분을 보내는 것이죠.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심적 동요를 한다면 직업윤리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연해지고 유연해집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간 특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가난한 사람도 오고 엄청난 학업적 성취, 부를 가진 사람도 옵니다. 이런 점에서 유연한 태도가 중요합니다. 상담의 핵심은 상담자 자신입니다. 내가 나를 잘 돌봐야 하는 직업이죠.





사다향:끝으로 상담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상담사:상담사는 자신의 상담스킬을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성찰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계속 너를 느끼고 나를 느끼고를 반복하게 됩니다. 상담자는 거울이 되어야 하죠. 왜냐하면 내담자가 자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 스스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결국 상담이라는 것은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있게 안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기들은 부모의 눈을 통해서 사랑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것은 부모가 아이의 거울이 되어주는 거죠. 그래서 아이가 부모의 거울을 보고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가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상담자는 내담자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내가 나를 미워하는구나’, ‘내가 당신을 싫어하는구나’를 느끼게 해 주는 거죠. 그래서 상담자가 자기 성찰을 해야 내면이 고요해줄 수 있고, 거울이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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