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온라인 생활
“스마트폰은 젊은 사람들의 물건”이라는 인식은 이제 일본에서도 옛말이 되었습니다. 60대, 70대, 심지어 80대 후반의 어르신들까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온라인 쇼핑을 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약 75%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기기 활용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메시지보다 ‘영상 통화’가 먼저
일본 노인들의 디지털 적응은 가족과의 소통 욕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주 얼굴을 보고 싶어서, 멀리 사는 자녀와 더 자주 이야기하고 싶어서 스마트폰을 배우는 것이죠. 문자 입력이 서툴더라도 영상 통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대화가 가능하니, 사용 장벽이 낮아집니다. 일본 통신사들은 이를 겨냥해 ‘초고령자용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홈 화면에 전화·카메라·메시지 기능만 큼직하게 배치했습니다.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생활의 필수품
예전에는 장 보러 나가는 것이 하루 일정의 일부였지만, 무릎이나 허리 통증으로 이동이 힘든 노인들에게 온라인 쇼핑은 새로운 자유를 줍니다. 일본의 대표 온라인몰 라쿠텐(Rakuten)이나 아마존 재팬에서는 ‘시니어 전용 카테고리’를 운영하며 글씨 크기, 간단 결제, 배송 시간 지정 등의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음식 배달 앱도 고령층 가입이 늘면서, 자택에서 안전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디지털 취미의 확산
사진 촬영과 편집, 유튜브 시청, 온라인 바둑·쇼기(일본 장기) 등 디지털 취미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는 건강 운동, 취미 강좌, 여행 영상 등 노인 맞춤 콘텐츠가 많아 인기입니다. 일부 어르신들은 직접 채널을 운영하며 ‘시니어 유튜버’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넘어야 할 장벽과 지역사회 지원
물론 모든 노인이 디지털 기기를 손쉽게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글씨, 복잡한 설정, 비밀번호 관리 등은 여전히 부담이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지자체들은 ‘스마트폰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나 젊은 세대가 강사가 되어, 무료로 사용법을 알려주고 질문을 받아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노후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일본 노인들의 디지털 적응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그들에게 새로운 세상과 연결되는 작은 창이자, 나이 들어도 세상 속에 머무를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령층의 온라인 생활은 더 다양해지고, ‘디지털 세대 간 격차’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