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시스템, 스이카/이코카 카드, 그리고 통근 노하우
처음 일본에 왔을 때, 가장 먼저 놀란 건 복잡한 전철 노선도였습니다.
도쿄 한복판에서 지하철을 타려다 노선도를 보고 멍하니 서 있었던 기억,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건 그냥 퍼즐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을 정도였죠.
하지만 하루하루 익숙해지면서 이 복잡함 속의 정교한 질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대중교통은 세계적으로 정시성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수도권은 JR(일본철도), 도쿄메트로, 도영 지하철 등 다양한 철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떤 회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요금도, 환승 방식도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같은 역인데도, JR 시부야역과 도쿄메트로 시부야역이 따로 존재하는 게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열차가 몇 분 늦었을 때 ‘지연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문화.
한국에서 지하철 몇 분 늦는 건 흔한 일이지만,
여기선 정말 예외적인 상황입니다.
일본의 교통카드 시스템은 ‘지역 기반’입니다.
도쿄에서는 스이카(Suica)와 파스모(Pasmo)가,
오사카에서는 이코카(Icoca)가 대표적이죠.
이 카드들은 기본적으로 상호 호환이 되지만,
신칸센 예매, 일부 IC카드 포인트 적립 등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스이카를 처음 구매할 땐 카드 보증금 500엔이 포함되어 있어서
한 번에 2,000엔 정도 충전해두면 웬만한 하루 외출엔 무리 없어요.
그리고 일본은 대부분의 편의점, 자판기, 식당에서 이 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도
처음엔 정말 놀라웠던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일본 직장인의 하루는 대중교통과 함께 시작됩니다.
그리고 출근 시간대(오전 7시~9시)는 전철이 문자 그대로 ‘지옥철’이 됩니다.
정말로 사람에 떠밀려 열차에 올라가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죠.
일부 역에선 여전히 ‘밀어주는 직원’이 존재하는 것도 신기한 풍경입니다.
그래서 현지 직장인들은 일부러 한두 정거장 일찍 내려 걷기도 하고,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회사에서 시차 출근제를 권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역시 처음엔 그 시간대에 출근하다가
이후 일부러 30분 일찍 집을 나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즐긴 후 출근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생활의 여유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일본식 생존법이랄까요.
일본의 대중교통은 처음엔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정돈된 흐름이 일상에 스며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정해진 선 뒤에서 조용히 줄을 서고,
기차가 도착하면 아무도 먼저 타지 않고,
차분하게 양보하며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도시엔 묘한 질서가 있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죠.
이제는 그 질서 안에서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며
조용한 대중교통 속에서 일본 생활의 단면을 매일 체감하고 있습니다.
다음 여행이나 거주 준비를 하신다면,
일본의 전철과 교통카드부터 먼저 익혀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생활이 훨씬 부드럽게 풀리기 시작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