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의 일본 – 집으로 향하는 도시의 얼굴들

야키토리 냄새와 자판기 불빛 사이, 조용한 하루의 끝

by 라일락향기

해가 완전히 지기 전, 도쿄는 잠깐 투명해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건물 틈으로 빠르게 스며드는 주황빛과 함께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똑같은 정장과 가방을 멘 어깨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건 분명 ‘집으로 가는’ 얼굴들이었지만,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야키토리 냄새가 이끄는 발걸음

출근길과는 전혀 다른 긴장이 흐른다.

지친 발걸음은 퇴근길 어딘가의 좁은 골목 안쪽으로 이끌리고,

그 끝에는 언제나 조그만 야키토리집이 있다.

간판엔 대개 ‘이자카야’ 대신 누군가의 성이나 동물 이름이 붙어 있다. ‘토리짱’, ‘사사키’, ‘붕어’ 같은.


‘한 잔만 하고 가야지’라는 눈빛으로 들어선 직장인들 사이로

혼자 테이블에 앉아 생맥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는 사람도 있다.

그 풍경 속엔, 집에 가기 전 이 하루를 조용히 정리하는 일본인의 정서가 묻어 있다.


야간 마트, 고요한 생존의 풍경

야키토리집 바로 옆, 조명이 은은하게 번지는 슈퍼마켓이 있다.

대부분의 퇴근 인파는 이곳에서 멈춘다.

작은 바구니 안엔 편의 식품과 할인 스티커가 붙은 사라다, 유부초밥, 우유 한 통.

소리가 거의 없는 계산대 줄에서는, 말없이 오늘 하루를 되짚는 눈빛들이 어른거린다.


일본의 밤 슈퍼는 참 조용하다.

배경음악도 거의 없고, 계산원의 말투는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일정하다.

“오츠카레사마데시타”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그 인사가 괜스레 마음을 툭 치고 지나간다.


조용한 골목, 그리고 도시의 뒷모습

모든 불빛을 지나고 나면, 도시의 얼굴은 골목에서 다시 바뀐다.

좁고 낮은 골목길에 놓인 자전거들, 쓰레기봉투 위로 조용히 내려앉는 먼지.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들 뒤로 작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현관 불빛 아래 신발을 벗는 소리, 안쪽에서 들려오는 텔레비전의 낮은 음량.

이 도시의 밤은 그렇게 한 사람씩, 하루를 접고 있었다.


어쩌면 퇴근 후의 일본은

바쁘게 지나가는 도시가 가장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소리 없이 조용히, 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풍경.

그 속에서 나는 매번 ‘도시는 사람의 리듬으로 완성된다’는 걸 새삼 느낀다.


오늘도 그 골목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야키토리를 씹으며 속으로 무언가를 삼키고,

누군가는 할인 도시락을 들고 가파른 언덕을 오른다.


그리고 그 모든 흐름은 조용히,

‘잘 다녀왔어요’라는 말 없는 인사로 귀결된다.


그게 일본의 퇴근 후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그들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삼척이삿짐센터 가격비교 현명하게 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