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동네 책방

작은 공간에서 만난 감성

by 라일락향기

시골의 헌책방, 테마형 북카페, 책방 주인의 철학까지


일본은 책을 사랑하는 나라다.

그건 단지 출판 산업의 규모나 만화책 인기로 설명되는 게 아니라,

도쿄 골목이나 지방의 시골 마을에 숨어 있는 ‘동네 책방’에서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오래된 마을에 숨어 있는 헌책방

나가노현의 작은 역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면

나무 간판 하나에 기대고 있는 헌책방이 보인다.

문을 열면 종이 울리고, 안에서는 묵직한 종이 냄새가 반겨준다.

책방 주인은 연세 지긋한 노인. 천천히 다가와 묻는다.

“뭘 찾고 계세요?”

하지만 정말로 묻는 건 ‘어떤 감정을 찾고 계세요?’ 같았다.


서가 사이를 걷는 동안,

어릴 적 읽었던 그림책이나,

한때 좋아했던 작가의 소설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책에는 예전 누군가가 붙여놓은 책갈피, 메모, 손글씨가 남아있다.

헌책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이 눌러진 감정 같았다.


테마가 있는 북카페, 읽고 마시고 쉬는 시간

도쿄 시내엔 요즘 ‘테마형 북카페’가 많다.

예술서적만 모은 곳, 여성 작가의 에세이만 다룬 곳,

심지어 ‘우울할 때 읽는 책방’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책장을 들추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누군가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책을 읽는다기보다, 그냥 책이라는 존재와 함께 쉬는 듯한 모습.

그 공간에선 책도, 사람도, 시간도 모두 조용히 머문다.


이런 책방엔 책을 파는 ‘기능’보다,

누군가의 마음을 잠시 놓아둘 수 있는 ‘공간’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책방 주인의 철학이 살아 있는 곳

내가 가장 좋아했던 한 책방에는,

“책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준비”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책방 주인은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책을 권하지 않았다.

대신 그 사람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어떤 계절을 살고 있는지를 묻곤 했다.


어떤 날엔 직접 자기가 쓴 시집을 건네주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엔 책보다 더 깊은 대화를 남겨주었다.

그 공간에선 책보다 책방 주인의 말이 더 오래 머무는 날도 있었다.


일본의 동네 책방은 그렇게

작고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커피잔을 내려놓는 소리,

때로는 아무 소리도 없이, 그저 머물 수 있는 공간.


우리가 바쁘게 사는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일본의 작은 책방에 앉아 한 권의 책을 꺼내 보는 것도

괜찮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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