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s 일본 유치원 문화 차이

학습 중심과 생활 중심

by 라일락향기

처음 일본의 유치원을 방문했을 때, 저는 교실 풍경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아이들은 줄을 서거나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기보다,

제각기 종이접기를 하거나 블록을 쌓고 있었습니다.

마치 작은 공동체처럼 각자의 세계를 유지하면서도, 어딘가 조화롭게 엮여 있었죠.


한국에서는 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익숙합니다.

시간표가 정해져 있고, 오전 중에는 숫자나 한글 배우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유치원마다 다르겠지만,

“초등학교 가기 전에 어느 정도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바쁘게 만들고 있죠.


1. ‘놀이’의 의미가 다르다

일본 유치원에서는 ‘놀이가 곧 배움’이라는 철학이 뚜렷합니다.

그림을 그리든, 바깥에서 흙을 만지든,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활동 안에 창의성과 사고력의 씨앗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하루의 절반 이상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놀이보다는 ‘유익한 활동’을 찾습니다.

한글책 읽기, 숫자 퍼즐, 영어 노래 따라 부르기.

이왕이면 뭔가 배울 수 있는 ‘교육적 가치’가 포함된 활동이 선호되죠.

‘놀이’는 종종 수업이 끝난 후에야 주어지는 보상의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2. 사교육, ‘시작선’이 다르다

한국 부모들은 유치원 때부터 아이가 뒤처지지 않도록

조기교육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한글, 수학, 영어는 물론 논술이나 창의력 수업도 유치원 커리큘럼에 포함되곤 합니다.

입학 전 ‘입학 준비반’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반면 일본에서는 “글씨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배우면 된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유치원 시기에는 아이의 사회성, 기본적인 생활 습관,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를 훨씬 중요하게 여깁니다.

쓰기나 셈보다, ‘자기 물건 정리하기’,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같은 항목이 중심이 됩니다.


3. 선생님과 부모의 거리

한국 유치원에서는 학부모 상담이나 공지 카톡이 자주 오가고,

선생님과 부모가 긴밀하게 아이의 발달 상태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의 성향, 학습 태도, 사회성 등을 체크하면서

부모와 함께 아이를 지도해 나간다는 느낌이 강하죠.


일본은 선생님이 아이의 영역을 먼저 존중합니다.

작은 갈등이나 눈에 띄는 행동이 있어도

일단 아이의 자율성을 믿고, ‘지켜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따로 문제가 되지 않는 한, 부모와의 접점은 소박한 알림장이나 주 1회 소통 노트 정도로 한정됩니다.


4. 입학 전에 달라지는 것들

한국의 유치원 졸업식은 때때로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긴장감으로 이어집니다.

입학 전 체크리스트, ‘선행학습’ 고민, 학교 적응 준비...

작은 책가방 하나를 사는 데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죠.


일본은 조금 느긋합니다.

학교에 입학하면 알아갈 것이 많으니

지금은 마음껏 뛰놀게 하자,는 태도가 기본입니다.

그래서인지 유치원 졸업 사진 속 아이들의 표정도

어른들이 생각하는 ‘작별의 아쉬움’보다는,

단순히 오늘 하루 놀이가 끝난 듯한 해맑음이 많습니다.


결국, 어느 쪽이 옳은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국의 교육이 너무 앞서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고,

일본의 방식이 너무 느슨하다며 우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두 나라의 유치원 문화를 경험해보니,

어느 한 쪽이 옳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더라고요.


단지, 아이가 자라는 속도에 맞춰

‘기다려주는 문화’와

‘미리 준비시키는 문화’가

각기 다른 리듬을 만들고 있었을 뿐입니다.


지금 내 아이에게 필요한 건,

다음 단계로의 준비일까,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자유로움일까.

부모로서 제가 던져야 할 질문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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