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육아휴직 제도

남성 육아휴직이 보편화된 이유와 실상

by 라일락향기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공원 벤치에서 유모차를 밀고 있는 남성 보호자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 분도 육아휴직 중이겠지?"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우리나라에도 이런 모습이 익숙해지려면 얼마나 걸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일본에서는 남성 육아휴직이

생각보다 꽤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 겉모습 속에는

꽤 복잡한 제도와 현실의 간극도 함께 존재합니다.


일본의 육아휴직 제도, 어떻게 되어 있을까?

일본은 육아휴직을 양육 대상 아동이 1세가 되는 날 전날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최대 만 2세까지 연장이 가능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남성과 여성 모두 육아휴직 신청이 가능하며,

법적으로 회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는 고용보험에서

평균 임금의 약 67%가 지급되고,

180일 이후부터는 약 50% 수준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은

분명 ‘남성 육아휴직’이라는 선택지를 가능하게 만든 요소입니다.


남성 육아휴직이 보편화된 배경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남성 육아휴직이 여기까지 확산될 수 있었을까요?


가장 큰 전환점은 2010년 시행된

‘아빠·육아휴직 1개월 캠페인(パパ・ママ育休プラス)’입니다.


부부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기존의 육아휴직 기간에 각각 2개월씩 추가할 수 있는 제도였는데요,

이후 점차 ‘남성도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공기관과 대기업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기업이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개하도록 유도하고,

사용률이 높은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도 펼쳤습니다.


즉, 사회적 흐름 + 정책적 압력이 맞물리며

육아에 있어 남녀 모두가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금씩 정착되고 있는 중입니다.


현실은 여전히 ‘용기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모든 남성이

자연스럽게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일본 후생노동성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약 17%로,

여성(約90%)에 비하면 여전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사용했다’는 비율에는

1주일 미만의 휴직도 포함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개월간 휴직한 남성은 더욱 적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기업 문화도 중요한 장벽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전통적인 조직 구조를 가진 회사에서는

‘눈치 보인다’, ‘팀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여전히 육아휴직 사용이 어렵다는 분위기도 존재합니다.


즉, 법과 제도는 갖춰졌지만

현실은 여전히 ‘용기’가 필요한 선택인 셈입니다.


그래도 변화를 만드는 작은 발걸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는 분명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팀장도 육아휴직 다녀왔어."

"회사에서 당연하다고 해줬어."


이런 이야기들이 일상적으로 들리는 직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육아를 함께하는 아빠’라는 이미지를

브랜드 마케팅에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남성 육아 참여는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당연한 부모 역할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확실한 것은 ‘변화는 시작됐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결코 한 사람의 몫이 아닙니다.


‘아빠도 육아를 위해 쉬어간다’는 선택이

더 이상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게 되는 날.


그런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일본 공원의 평범한 한 장면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유모차를 밀고 햇살 아래 걷고 있는

한 남자의 뒷모습.


그 장면 하나가

한 사회의 방향을 보여주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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