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 동일시 : 그러면 내가 힙하고 쿨해 보여서

황희두 노무현 재단 이사님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지금 30대 중반이신데 10대 때부터 게임을 하셨으니까 10대 때부터 어떤 그런 정서에 노출됐던 거네요.

“당시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으로 넘어가던 시기인데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 글과 영상들이 계속 올라왔고, ‘페미니스트의 비이성적인 주장 격파’ 이런 내용을 거의 매일 봤어요.


북한에 대해서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강한 안보를 외치면서 할 말은 한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손만 내민다고 하고 뒤통수 맞는 것 같고, 그래서 성재기, 김관진 두 사람에 대해서도 한때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2010년에 임요한 선수한테 지고나서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군대에 가게 됐습니다.


제대한 뒤에 채현국 선생님을 알게 되고 유시민 작가님의 책으로 역사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됐어요. 책을 읽고 그렇게 뭔가 조금씩 반대에 있는 세상을 알아가던 딱 무렵에 박근혜 국정농단이 터진 거죠.”


-박근혜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해서

체포 운동까지 하게 됐나요?

“정윤회, 김기춘, 우병우 등 그들만의 세상이 보이더라고요. 자기들끼리 이너서클을 만들고 어떤 성벽을 딱 만들어 놨다는 게 굉장히 화가 많이 났어요. 인터넷에서 봤을 때는 이명박이나 이준석 같은 정치인들이 자유를 대변해 주면서 뭔가 저 같은 사람들을 품어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일종의 허상이었구나, 일종의 프레임 전쟁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면서 굉장한 분노를 하게 됐습니다.”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면 2030 남자들은 이재명 후보보다 이준석 후보와 김문수 후보를 더 많이 찍은 거잖아요. 윤석열 내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한다고 보세요?

“디시인사이드에 ‘내란 삼갤’이라고 있거든요. 미국정치갤러리, 국민의힘갤러리, 국민의힘비대위갤러리, 이 3개의 갤러리만 만약에 하루 종일 봤다면 내란이 나름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과거의 저였다면 그랬을 거예요. 또래 문화, 준거집단의 영향이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5·18은 폭동이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도 비판하는 사람들보다는 동의하는 기류가 많았기 때문에, 저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추적을 하다 보니까 이명박 정부에서 정보유통 창구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당시 가장 큰 유머사이트였던 오늘의유머, 다음 아고라, 트위터 이런 데를 겨냥해서 공작을 벌였죠. 그 사람들이 윤석열 정부에 그대로 다시 투입됐는데 그럼 이들이 지금은 어떤 정보유통 창구가 어디를 노릴까를 좀 예의주시하면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어디를 예의주시하고 계세요?

“유튜브, 인스타그램, 유사 언론인 인사이트와 위키트리, 나무위키 등입니다. 특히 지금은 그때보다 더 정보유통 창구가 파편화가 돼 있어요.”


-민주당에는 사이버 대응을 하는 조직이 없겠죠?

“온라인 대응 같은 얘기는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다릅니다.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데, 우리도 그럼 댓글팀을 만들자는 거냐, 우리는 그러면 안 되지 않냐고 하거든요. 제가 댓글팀을 만들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


기성세대가 정보유통 창구에서 오히려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겁니다. 정보유통 창구가 다변화됐고 거기에 준거집단을 두며 머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입니다. 혐오나 악플 문제로 실제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요.


발언의 맥락을 왜곡해서 집단적으로 좌표를 찍어서 실제로 어떤 스트리머(인터넷방송인)들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거나 병원에 다니는 경우도 있거든요.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만 문제가 아니라 자영업자분들도 멀쩡하게 영업을 하시다가 허위사실 공격으로 장사가 망하는 경우도 있고요.


표현의 자유라는 영역에 맡겨 놓는다든지

아니면 그냥 한 줌에 불과하다고 놔두고 방치한 결과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 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플랫폼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트래픽이나 광고로 돈을 벌면 거기에 맞게 책임을 져야 하는데, 나무위키처럼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곳은 국내에서 고소고발을 해도 사이트에서 협조를 안 하면 어느 순간 그냥 산으로 가버립니다. 법이 설령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행되는지까지도 봐야 하는데, 그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분들이 거의 없어요.


그냥 어디 홈페이지에 정보 올려놨으니까

나 할 일 다 했다,

이게 아니라

주위에 적극적으로 계속 알려야 합니다.


시간은 유한한데 정보는 무한한 시대거든요. 누구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이지만, 모든 사람이 팩트체크하는 시대는 아니라는 거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하나 있는데요. 미국의 요구에 최대한 맞춰서 빨리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대답한 의견이 20대가 가장 높아요. 이건 매국이잖아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갈 수 있죠?

정서로 치면 강자동일시라고 봅니다.

센 사람한테 붙으면 내가 안전해질 것 같고,

그런 사람을 대변해야

주위 친구들한테도 좀 있어 보이고,

이게 되게 힙하고 쿨해 보이고 그랬었거든요.


과거에 제가 그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대화로 풀자고 하면 뭔가 숙이는 것 같고, 약자를 보듬자, 이런 거는 낮은 자존감을 더 낮게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난 약하지 않아, 그러니까 미국이나 일본, 재벌의 성공 신화 같은 거, 이게 자기계발과 동기 부여랑도 연결된다 보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서 돈 많이 번 사람들, 힘이 센 사람들을 동경하면서 거기에 계속 일체감을 형성했던 생각이 납니다. 지금 20대들이 딱 그런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대남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또래문화에 영향을 준 상황이거든요. 예를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지금도 10대들이 선생님 면전에서 조롱한다는 제보가 오고 있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국정원이 공작으로 물량 공세를 퍼부었고 일종의 유행을 만들어서 이제는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거죠.”


-문화를 만들었다?

“일단 문화가 형성되면 법과 제도로 절대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단기적으로 법을 만들어서 해결하는 건, 물론 필요하지만 거기에만 의존해서 안 돼요. 이건 사이버 내란입니다. 내란 특별법 얘기가 최근에 나왔는데 사이버 내란 관련한 특별법도 필요합니다.


그런 식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핵심은 또래문화 안에서 ‘밈 전쟁’ 형식으로, 유머를 가장해서 혐오를 뿌리는 형태로 퍼지고 있는 현상이거든요. 지금도 이재명 대통령 멸칭 붙이는 놀이를 하고 있어요.


결국 또래집단 안에서

매력적인 스피커들이 나올 때까지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이 유행이 재미없고 낡은 거라는 인식을 만들고 또 선을 넘는 허위사실 유포, 예를 들어 사자명예훼손 등에 대해선 개별적으로 책임도 묻고 플랫폼 차원에서 규제할 건 규제하고, 교육은 교육대로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게 ‘밈 전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국정원이 땔감을 줘야만 움직였다면 지금은 자생적인 시장이 생겨서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돈도 벌고 이런 재생산 구조가 만들어진 거란 말이죠. 어떻게 막을 수가 있을까요?

“역사는 정반합으로 발전하는데 그동안은 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혐오의 자유, 범죄의 자유까지 무방비 상태로 용인하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각자 문제의식을 가지는 시기가 왔습니다.


심지어 같은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도

2030 남성이 왜 다 이준석을 지지하는 것처럼

언론이 묘사하냐고

저한테 항의하거나 도와달라

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이런 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야

대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남의 우경화 원인 가운데 사회경제적 조건을 빼고 여론 조작만으로 이렇게 됐다고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청년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느끼고 있고 어떻게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예를 들어 군 가산점 폐지되고 나서 굉장히 오랫동안 일종의 박탈감이라든지, 분노,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만 이런 것들이 기저에 깔려 있는 상황인데, 이른바 극우세력이 언어를 만들어 주고 포장을 해줘서 또 자발적으로 대변하게 만드는 구조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사회·경제·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젊은 남성들 있잖아요.

10대, 20대들 이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빠르게 효능감을 전하고 일체감을 형성해서

이들이 주변 또래문화에 영향을 주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건 정치권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를 통해

문화적 저변을 만들어 가면서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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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박스쿨은 빙산의 일각…

‘밈 전쟁’에서 놀이가 된 혐오 밀어내야”

이재성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황희두 노무현 재단 이사.

이재성 논설위원님.

2025.07.23.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