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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나고 당신의 마음에 남은 것

심도인의 관계심리학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가족과 함께였지만, 어쩌면 가장 외로웠던 시간.

명절 음식을 준비하면서,

친척들과 인사를 하면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도

당신의 마음은 혼자였을지 모릅니다.

어머니의 말투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이 떠올랐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 속에서

또 다시 '부족한 나'를 확인했을 수도 있습니다.


"너는 왜 그 모양이니?" 라는 질문에,

당신은 '그러게. 나는 왜 이럴까' 하고

자신에게 똑같이 되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대화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나 분노가 밀려왔다면...

당신의 감정은 타당합니다.


© Rebecca Crabtree, 출처 OGQ


"가족이니까"

라는 말이 덮어버린 것들

부모는 당연히 사랑하는 존재여야 하고,

명절은 행복해야 하며,

가족 간의 갈등은 '시간이 약'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전에도 같은 상황은 반복됐습니다.


참는다는 것은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고,

억압된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몸의 긴장으로, 불면으로,

다른 관계에서의 과민함으로,

혹은 이유 모를 우울감으로 나타납니다.

반복되는 고통에는 패턴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가족 안에서 형성된 주된 관계 방식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그 패턴을 재현합니다.

어머니의 비판을 피하려고

더 완벽해지려 했던 모습은

지금 직장 상사 앞에서, 연인 앞에서

반복되고 있을 수 있고,

아버지의 감정적 부재 속에서

혼자 감정을 삭이던 모습은

지금 친밀한 관계에서 거리를 두게

만들고 있을 수 있습니다.

가족 안에서 많은 것들을 참고 책임져왔다면

그 역할이 모든 관계에서

당신을 지치게 하고 있을 수 있구요.

명절 때마다 힘든 이유는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의 가장 오래된 상처가

다시 활성화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더 버티는 힘이 아니라,

패턴을 알아차리고 다르게 해보는 작은 시도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요.

* 가족의 이야기에 자동으로 반응하기 전에

세 번 숨 쉬기. 그 다음에 답하기

* 그 말이 불편해요." 처럼

짧고 분명한 한 문장 연습하기


* 모임 시간이나 역할을 줄이고,

나만의 회복 시간을 일정에 넣기

* 이번엔 내가 참는 역할을 내려놓아도 된다"라고

스스로에게 허락하기

이와 같은 작은 시도들이 쌓여

조금씩 나의 삶이 달라집니다.

상대방을 미워하지도, 무조건 맞추지도 않고

경계를 지키며 나를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다음 명절을 다르게 맞고 싶다면,

아주 작은 시도를,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혼자서 하기 어렵다면

안전하게

나의 감정을 꺼내고

연습할 수 있는

심리상담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 Diana Anghel,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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