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외톨이 관리자를 응원합니다

황현 진주랑 본부장님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관리자가 유독 외로운 진짜 이유 (당신이 못나서 외로운 게 아닙니다)

지난 글에서 관리자가 겪는 계층적 프레임의 한계를 다루었을 때, 생각보다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습니다. 특히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자리' 때문에 벌어지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 큰 위안을 얻으셨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 연장선에서 조금 더 아픈 곳을 건드려보려 합니다. 바로 관리자가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현장에서의 고립'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단체급식은 대부분이 현장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더욱 이 현상이 심화되어 나타납니다.



1. "윗사람의 입"과 "아랫사람의 발" 사이의 괴리

관리자의 가장 큰 비극은 본사와 현장, 그 접점에 서 있다는 점입니다. 본사(경영진)는 숫자로 세상을 봅니다. 전략, 지표, 효율성이라는 언어를 사용하죠. 반면 현장은 실제(Reality)로 세상을 봅니다. 땀, 변수, 고충이라는 언어를 사용합니다.


관리자는 본사의 '전략'을 현장의 '실행'으로 번역해야 하는 통역사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하지만 이 번역은 언제나 손실을 동반합니다.


* 본사의 시선: "왜 이 수치가 안 나오죠? 현장 관리가 느슨한 것 아닙니까?"

* 현장의 시선: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뭘 안다고 이런 지시를 내립니까? 팀장님은 우리 편 맞아요?"


결국 관리자는 본사로부터는 "현장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눈치를 받고, 현장으로부터는 "우리 사정 모르는 본사 앞잡이"라는 불만을 삽니다. 양쪽의 언어를 다 구사하려 할수록, 정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외톨이가 되어갑니다.



2. 구조가 강요하는 '악역'의 숙명

많은 이들이 관리자의 고립을 '리더십 부족'이나 '성격 결함' 탓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구조적인 한계입니다.


조직의 자원은 늘 한정되어 있고, 관리자는 그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고 성과를 독려해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본사가 요구하는 높은 목표치를 현장에 전달할 때, 관리자는 필연적으로 '악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 직원들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형, 동생처럼 지내고 싶어도, 결정적인 순간에 "안 됩니다", "더 해야 합니다" 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 관리자의 소속감은 붕괴됩니다. 친밀함이 깊어질수록 공적인 지시는 더 무겁고 고통스러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관리자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방어 기제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적당한 거리두기' 가 그들이 살아남는 방식이 되는 것이죠.



3. 당신이 못나서가 아니라, 그 자리가 원래 그렇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팀원들의 차가운 시선이나 상사의 압박 사이에서 홀로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있을 전국의 관리자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외로운 것은

당신의 리더십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두 세계(본사와 현장)를

억지로 이어 붙이고 있는

그 '위치' 자체가

원래 외롭고 위태로운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구조적 모순을

개인의 역량으로

돌파하려 애쓰지 마세요.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내가 외톨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그 어려운 '연결'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관리자는 조직의 '심장'과 같습니다. 양쪽에서 오는 압력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피를 돌게 하죠. 심장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홀로 뛰듯, 관리자의 고립은 어쩌면 조직이 살아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그 고단한 자리를 지켜낸

모든 외톨이 관리자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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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 진주랑 본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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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