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gyeol Cho : 前 CEO of Able C&C / 심리학관
나는 일하면서 내 아킬레스건을 하나씩 알게 됐다. 처음엔 잘 몰랐다. 호주의 Executive Coach가 내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너는 의사결정을 너무 빨리 한다고. 상대방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머릿속은 이미 훨씬 앞서 가 있고, 혼자 진도를 다 빼서 마음속 결론을 내려버린다는 거였다.
그러면 상대는 내가 왜 그런 결론을 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 해결에만 꽂힌 나는 독단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경우 내가 맞다고 해도,
틀리게 되면 그 비용이 너무 크다고도 했다.
그래서 남들과 진도를 맞추고, 끝까지 듣고,
모든 의견을 수렴하는 연습을 하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나는 늘 벌써 결론에 가 있었다.
해결에 집중하느라 과정에는 정성을 덜 들였다.
테스트로도 검증된 약점이라
지금도 내 대외용 약점으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진짜 아킬레스건은 따로 있었다. 나는 워낙 행동파고, 결정되면 곁눈질 안하고 고고를 외친다. 소통을 중시해서 전 조직의 Buy-in을 받아야 직성이 풀린다. 언뜻 보면 장점 같지만 문제는 그 안에 있다.
결국 뚫고 나가고, 결과가 나오면 인정과 지표에 뿌듯해 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이며, 꽤 치명적인 약점이다. 조직을 설득해서 다같이 으쌰해서 가자고 하는 불타는 사명감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말이 나오는 데 사실 꽤 민감하다. 겉으론 “어려운 길 가다 보면 나오는 작은 손실을 어쩔 수 없음을 다들 이해할거야” 라고 자위하긴 하지만 마음속에 두려움이 있다.
내 약점은 그거였다. 사심 쬐끔도 없이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는 만큼, “이런 나를 누가 비판해?”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 특히 능력이나 역량에 대한 의심, 회사 방향성에 대한 회의, 리더로서 단호하지 못하다는 평가, “리더가 그것도 못해?” 같은 깔보는 말에 유난히 취약했다.
리더는 감정에 휘둘리면 안 되고, 대의를 위해 소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하고, 동시에 끝없이 소통하며 조직을 설득해야 한다고 믿어왔기에 그런 평가 앞에서 나는 배신감을 느꼈고, 창피했고, 때로는 분노했다. 내 마음속은 늘 전쟁터였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임원 초반에는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걸 Fix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즉각 사후적인 노력을 했다.
그 평판이 사실인지, 악의인지, 정치인지 따져볼 생각도 없이 “나는 그런 리더가 아니야”라고 허공에 외치며 그걸 뒤집으려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고 정치와 영향력 게임을 직접 겪으면서 알게 됐다. 회사도, 사회도 그렇게 정직하지 않다는 걸. 그래서 일부러 특정 이름을 거론하며,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아주 자연스럽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잘 포장해서 전하는 바로 그 사람을 조심하게 됐다. 평판에 취약한 나를 잘 활용해서 자기 목적과 사심을 이루고자 하는 생각이 읽혀졌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 그래서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평판에 무심해지거나, 나에 대한 뒷얘기를 하고 다닌다는 그 사람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굳이 내게 그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을 조심하는 것.
몇 번의 대표 경험을 거치며 점점 부화뇌동 하지 않는 법을 배웠고, 부정적인 평가를 들어도 입을 닫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일상을 사는 법을 배웠다. 내가 욱해서 뭔가 하길 기대하던 사람들은, 내가 가만히 있으니 점점 시도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마음속은 여전히 전쟁터였다.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은 포기였다. 나는 포기를 잘 못한다.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가보려 한다. 큰 장점 같지만 큰 약점이다. 하루는 이 사업, 다음 날은 저 사업을 이야기하던 오너분이 있었다. 진득이 하나를 파기보다 관심사가 매번 옮겨 다녔다. 그분은 늘 말씀하시길 본인은 자존심이 없고, 아닌 건 빨리 포기한다고 했다. 그땐 자랑도 아닌 것을 자랑처럼 말씀하신다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엄청난 장점이었다. 특히 내게 없는 장점이었다.
대부분 자존심 때문에 포기를 못한다. 조직 앞에서 “이 길로 가자”고 말한 리더는 중간에 돌아서기 어렵다. 나 또한 포기하지 못한 이유가 자존심이었음을 나중에 깨달았다. 그러나 사람이 유연할수록, 자존심에 얽매이지 않을수록,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객관적 판단을 한다. 그래서 포기해야 할 때 더 이상 꼴아 박지 않고 포기할 수 있다.
“안되면 되게 하라” 특전사 구호이다. “안되면 포기해라”가 지금 시대엔 더 맞다. 길은 여러 개고 아닌 것을 알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돌아서서 다음 기회를 도모하는 것이 현명하다. 자존심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힘들었던 나는 많은 대가를 치루고 배웠다. 다음에 다른 기회가 주어지면 그 때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닌 건 단박에 포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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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yeol Cho
前 CEO of Able C&C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