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 친밀한 관계에서의 '강압적 통제'

이처럼 친밀한 살인자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친밀한 관계 폭력의 시작>

너무 오랫동안 교제폭력은

연인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여겨져왔음

->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때로는 감정이 격해져 신체적 폭력이 오가더라도

곧 화해할 수 있으리라는 편견이 존재해왔음


이러한 인식 때문에 외부에서 교제폭력에 개입하는 것은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해가 되는 행동으로 간주되곤 했음

->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다정한 연인으로 돌아가리라는 생각에, 방관하거나 모른 척하는 태도가 교제폭력의 해결 방안처럼 여겨진 것



교제폭력과 같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이러한 폭력의 시작을

잘 인지하는 것은


자신이나 친구가

교제폭력,

더 나아가

교제살인의 피해자가 되는 일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하다.



폭력적인 가해자는

처음부터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가해자들은

처음부터 난폭하게 행동하면

상대가 자신을 멀리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매우 착하고 좋은 사람인 척 행동하며,

진지하고 자상한 모습,

친절하고 다정한 태도를 보인다.


가해자는

관계가 깊어질 때까지 인내하며

본색을 감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연인 관계가 확실해졌다고

느끼는 시점부터

점차 본색을 드러낸다.


상대의 일상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통제하려 하며,


사소한 일까지

허락을 받게 하거나,


상대가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도록 강요하며

통제의 수위를 높여간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거나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며

난폭한 말을 쏟아낸다.


처음에는 욕설이 시작된다.

들어본 적 없는 심한 욕설과

저주에 가까운 말까지 퍼붓는다.


이후에는 곧바로 사과하며,

눈물로 용서를 구한다.


'자기를 이렇게까지

만들지 말아달라'며

부탁하거나,


자신은 화가 나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으니

그럴 때는 맞서지 말고

참아주고 달래달라고 요구한다.



만약 상대가

"제발 내가 하자는 대로 하자.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하면

우리 관계는 아무 문제가 없어"

라는 말을 한다면


그때가 바로

관계에서 벗어나야 할 신호다.



기분이 상하거나 심기가 불편해지면,

욕설을 하며 주변 물건을 집어 던지기 시작한다.


입고 있던 겉옷을 바닥에 내던지거나

주먹으로 벽을 치고,

손에 잡히는 물건을

벽에 던지기도 한다.


때로는 몸부림치며

자해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너만큼 나를

미치게 하는 사람은 없다"라며

울부짖거나,

"왜 나를 이렇게 망치냐"라며

상대를 원망한다.


이후 다시

사과와 반성을 반복하며,


장문의 메시지와 눈물로

용서를 구한다.



연인이 아니었다면

단호히 관계를 끊고 나올 수 있는 일이겠지만,


한때 좋아했던 마음이 있었고,

'내가 조금만 더 잘하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닐까'하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 수 있다.


제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상대의 반성을 믿고 받아주며 용서하고,

더 나은 관계를 만들자고 다짐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상대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화해하고 상대의 다짐이 이어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폭력적인 상황이 반복된다.


밀치기와 같은

신체적 폭력이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이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피해자에게 "왜 빠져나오지 못했느냐"라고

묻기 전에,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대부분의 가해자는

피해자보다 체격도 크고 힘도 세며,

피해자의 온몸을 짓누르고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른다.


피해자의 거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고,

자신이 폭력적으로 변한 이유가

오로지 피해자 때문이라고

수도 없이 비난하며,

자기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너뿐만 아니라

네 가족도 해치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는다.


"맞을 만하니까

맞았겠지"


피해자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바보 멍청이 같은 짓은

이제는 제발 그만하자.


우리는 반드시

가해의 구체적 상황과,

피해자가 어떤 위협에 처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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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친밀한 살인자>

강압적 통제는

어떻게 관계를 지배하는가.

* 저자 : 허민숙 선생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 1판 1쇄 발행 : 202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