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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인의 관계심리학] 회피형 남자 & 의존형 여자

그들이 만났을 때

by 심리학관

다양한 고민들로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지만,

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저 또한 가장 마음 아픈 주제 2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자녀와 부부문제입니다.


오늘은 그 중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연애할 때 남편의 든든함이 좋았어요.

어릴 때부터 가족은 저의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했거든요.

남편은 제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묵묵히 따라주고 크게 제 의견에 반대한 적이 없었어요. 연애할 때 제가

갑자기 어떤 케이크가 너무 먹고 싶어서 슬쩍 말했는데 바로 사 왔더라고요. 그때 정말 감동받았어요.

아, 이 남자는 날 위해 뭐든 해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과묵한 면이 있지만 그 모습이 진중해 보이고 남자답고 듬직해 보였죠." (30대 여, 결혼 5년차)


"회사, 집, 회사, 집.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내를 만나서 즐거웠던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하고

제가 해주는 작은 것에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더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연애할 때 한 번은

어떤 제과점 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해서 사서 집 앞으로 갔는데 아내가 울더라구요. 이게 울 일인가 좀

의아했지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왜 우는지는 굳이 물어보진 않았어요."(30대 남, 결혼 5년차)


제가 그려서 어설프지만 '케이크'와 '즐거움'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하하


이렇게 좋았던 연애 때의 모습들은 시간이 흐르고

결혼, 출산 등 환경이 변함에 따라

같은 모습임에도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결혼 후...


"남편은 너무 말이 없어요. 둘이 있으면 재미가 없어요. 싫다, 좋다 표현도 없어서 너무 답답해요.

부부 동반 친구들 모임에 나가자고 해도 절대 나가려 하지 않아요. 전 혼자서 외출하기는 싫거든요.

작은 것 하나에도 너무 잘 토라지는데 싸움이 될까 봐 말도 잘 못 꺼내겠어요. 아이 어린이집도 어디로

보낼지 같이 결정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저보고 결정하래요. 그럼 남편은 왜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내는 너무 불만이 많아요. 결혼 전에는 제가 뭘 해도 좋아했는데 지금은 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싫다는 말을 더 많이 해요. 그럼 저는 더 말을 하지 않게 되고 방에 들어가서 혼자 있고 싶어요. 가끔은 퇴근하고 집 앞에 다 왔는데도 차 안에 있다가 들어갈 때도 있어요. 회사에서도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게 너무 지치는데 집에서도 계속 비난을 받는 것 같아 힘들어요."


피와 의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사람의 성격을 한 단어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위의 이야기에서 여자의 의존적인 모습과

남자의 회피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의존성/회피성 성격장애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존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일을

혼자 시작하거나 결정하기 어려워하며,

다른 이의 지지와 보살핌을 받기 위해 애씁니다.

또한 혼자 있으면 무기력해지거나

우울, 불안을 느끼기 쉽습니다.


회피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은

비난이나 거절을 당하는 것이 두려워서

대인관계를 피하려 하며,

나에게 호감이 있다는 확신이 있지 않는 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꺼릴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견을 잘 말하지 않거나

새로운 활동을 최소한으로 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의존적인 모습과 회피적인 모습이

다들 조금씩 있기 마련입니다.

저 또한 상황에 따라

이 두 가지 모습이 나타날 때가 있는데요,


문제는 의존과 회피가

당연해지는 상황이 될 때 나타납니다.


당연한 의존과 부탁은

상대방에게 요구와 강요로 느껴지고,

당연한 회피와 침묵은

상대방에게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다가옵니다.


연애 때 가장 좋아했던 서로의 모습이

당연한 존재가 되어 가면서

가장 보기 싫은 모습이 되는 것입니다.


"남편이 말을 하든 말든 그냥 저 혼자 결정하고 행동할 거예요.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거고,

아이에 대한 결정이 어떻게 되든 말하지 않을 거예요. 남편을 귀찮게 하지 않을 거예요.


"아내가 말도 잘 안 하고 외출도 자주 합니다. 서운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지만, 뭔가 안 좋아 보이는 아내의 저 기분이 풀릴 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그림... 연습만이 살 길이네요... 후후...


아내는 더 이상 남편을 귀찮게 하지 않는다고 하고,

남편은 아내를 말없이 기다린다고 말합니다.

이것도 의존과 회피의 대표적인 대처 방식입니다.

서로의 의도와 마음을 알 수 없으니,

드러나는 모습은 결국 단절된 생활입니다.


말하지 않는 서로를 보며

둘은 더 화가 날 것이고 지칠 것입니다.

든든하지 않은 남편을 보며,

혼자 나가서 시간을 보내는 아내를 보며,

둘은 서로의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연애할 때 남편은

아내의 모든 것을 받아 준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말을 다 하지 않은 것입니다.


연애할 때 아내는

남편의 생활을 활력 있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기 위해 애쓴 것이 아니라

혼자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혼 후 변한 것이 아니라 원래의 모습인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을 받으면 도움이 됩니다.



- 끝 -



라고 글을 끝낼 줄 알았지요?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단호).

(근데 '그런 사람'이란 뭐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와 파트너는 어떤 모습일까요?


먼저 자신의 모습을 알아야 합니다.

남편이 결정해 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만이 지지와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내가 비난하거나 거절할까 봐 두려워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는 건 아닌지,

말하지 않아도 아내가 내 생각을

알아주길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상대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남편은 말로 표현하진 않지만 사실 나에게 의지하고 싶고

내가 먼저 무언가를 하자고 제안해 주길 원하는구나.'

'아내는 나와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고 싶구나.'

하고 말이지요.


이것이 열정적인 사랑을 넘어

헌신적인 사랑으로 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가능한 것들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지는 변하기 마련이고,

생각지도 못한 사건과 사고는 계속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연습만이 살 길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갈등의 원인도, 해결 방법도 잘 몰라서 일어나는

수많은 오해와 어긋남, 비극들을 보면

마음이 저려옵니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는 과정을 통해

저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단 생각도 했습니다.

저와 저의 가족의 이야기인 부분도 있으니까요.



'관계'라는 주제 안에 있는 다양한 내용들로

많은 분들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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