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홋카이도 여행에세이

눈을 싫어하던 사람이 북쪽을 꿈꾸게 되기까지

by 조아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여행이 주는 피로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행은 늘 분주했다. 출발 전에는 놓치면 안 될 장소를 정리해야 했고, 도착해서는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장면을 소비해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래서 어디가 좋았어?”라는 질문에 답이 될 만한 기억을 골라 담아야 했다. 여행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또 하나의 과제처럼 느껴졌다. 특히 겨울 여행은 늘 선택지에서 가장 먼저 지워졌다. 눈이 오는 풍경은 낭만보다 불편함이 먼저 떠올랐다.


미끄러운 길, 젖은 신발,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일정. 여행에서만큼은 효율적이고 싶었던 나에게
눈은 변수를 늘리는 요소였다. 그래서 나는 따뜻한 계절, 접근성 좋은 도시, 이미 검증된 여행지만을 고르는 사람이 되었다.


실패하지 않는 여행을 선택하고 싶었고, 피곤해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그 기준은

여행을 거듭할수록 나를 점점 더 지치게 만들었다. 여행을 다녀와도 충분히 쉬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다음 여행을 떠올릴 때면 설렘보다 부담이 먼저 따라왔다.


그 무렵, 특별한 기대 없이 한 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겨울이 길고, 눈이 많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불편함이 먼저 떠오르는 곳. 그동안 내가 피해 오던 조건을 모두 갖춘 장소였다.


홋카이도였다.

이 선택이 내 여행의 방향을 바꾸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한 번쯤 가보는 여행, 기억에 남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일 거라 여겼다.


하지만 그 여행 이후, 나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여행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어디를 얼마나 다녀왔는지가 아니라, 그곳에서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가 기준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이 변화는 여행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여행을 대하는 나의 태도, 서두르지 못해 불안해하던 마음, 효율적이지 않으면 의미 없다고 여기던 기준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런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연재를 시작했다. 이 연재는 홋카이도를 소개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다.
여행을 피곤해하던 사람이 어떻게 한 곳을 반복해서 떠올리는 사람이 되었는지, 그 취향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 여행에서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