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신호를 읽는 연습

대구마라톤에서 배운 것

by 조아

올해 첫 대회이자, 한때는 나의 첫 풀코스가 될 뻔했던 대구마라톤. 운 좋게 JTBC 서울마라톤에 추가 당첨되면서 진주마라톤에 이어 세 번째 풀코스 도전이 되었지만, 처음부터 꼭 참가하고 싶었던 대회였다.


영남권에서 손꼽히는 대회이고, 집에서의 이동 거리도 비교적 짧다. 심리적 부담이 적어 ‘최적의 무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듣던 대로 결코 만만한 코스는 아니었다. 업힐이 많아 까다롭다는 평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 맞는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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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중도 포기.


풀코스를 포함한 지금까지 참가했던 모든 마라톤 대회에서 처음으로 DNF를 기록했다. 완주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뼈아프지만, 더 오래 남을 기억은 따로 있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대회 참가 기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훈련의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대회에 나간 것이 아니었다. 참가 신청 자체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일단 접수부터 하고 보자는 마음이 앞섰다. 컨디션과 상관없이, 이미 신청했으니 무조건 참가해야 한다는 압박. 몸을 살피기보다 일정을 지키는 데 더 집중했다.


특히 작년 11월 이후 거의 매주 대회에 참가했다. 거리에 상관없이 출전했고, 풀코스를 완주한 뒤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다시 출발선에 섰다. 지금 돌아보면 가장 큰 실수는 ‘회복을 훈련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올해는 10회 정도 풀코스에 참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구마라톤 이후, 그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이미 확정된 일정까지만 소화하고, 춘천마라톤 전까지는 풀코스 출전을 멈출 생각이다. 10km 대회는 부담 없이 참가하되, 기본기를 쌓는 훈련을 우선에 두기로 했다. 거리주와 시간주를 반복하며 체력을 다시 설계할 것이다.


대회를 훈련 삼아 소비하는 방식은 더 이상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대회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기도 하고, 참가를 간절히 원하는 다른 러너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나는 그동안 완주만을 생각했다. 호흡이 무너지고, 자세가 흐트러지고, 페이스가 무너져도 끝까지 버텼다. 그것이 의지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깨달았다. 모든 것이 무너진 상태에서의 버팀은 훈련의 결과가 아니라 준비 부족의 신호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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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거칠어질 때,
자세가 무너질 때,
심박이 통제되지 않을 때,

그것은 포기의 메시지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라’는 신호다.


몸은 늘 정확하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충격은 발목과 무릎을 지나 인대와 근육으로 퍼져 나간다. 젖산은 쌓이고, 에너지는 고갈된다. 이때 읽어야 할 것은 ‘의지의 크기’가 아니라 ‘상태의 변화’다. 보급의 시점, 페이스를 낮춰야 할 순간, 멈추어야 할 용기. 이 모든 것이 몸의 언어 안에 들어 있다.


몸의 신호를 읽는다는 것은 무조건 멈추겠다는 뜻이 아니다. 신호를 무시한 채 강행하지 않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부상은 대개 욕심이 만든다. 훈련이 부족한 상태에서 의지로 밀어붙일 때, 그 대가는 길고 깊다. 나는 이제 풀코스를 완주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인다. 겸허함은 패배가 아니라 다음 단계를 위한 출발점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단순하다.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지속적인 훈련으로 나를 풀코스에 적합한 러너로 만들어 갈 것이다.


대회 신청 버튼을 누르기 전에, 내 몸의 상태를 먼저 묻는 사람이 되겠다. 이번 대구마라톤은 실패가 아니라 기준을 세워 준 대회였다. 완주보다 중요한 것은 계속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제야 배웠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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