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도 훈련이다

수면이 바꾼 나의 컨디션

by 조아

설 연휴를 앞둔 어느 날, 봄이 먼저 도착한 듯한 날씨였다. 이런 날에 달리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했다. 오후 4시, 반팔만 입어도 춥지 않을 만큼 포근한 공기 속으로 나섰다.


한 번 감기몸살을 앓은 전적이 있었기에 결국 바람막이를 덧입었지만, 달리는 동안 몸에 열이 오르자 괜히 욕심이 생겼다. 벗어버리고 싶을 만큼 더웠지만, 간헐적으로 스치는 바람은 아직 겨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날의 선택은 조심스러웠고, 나는 그것이 현명하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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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이후였다.


달리기를 마치고 빵집에 들러 간단히 영양을 보충한 뒤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갑작스러운 한기가 밀려왔다. ‘조짐이 좋지 않다’는 예감은 대개 틀리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 몸을 충분히 데웠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토요일까지 이어진 근무 속에서 증상은 점점 깊어졌고, 연휴는 결국 요양으로 채워졌다. 가장 큰 걱정은 곧 있을 대구 국제마라톤이었다. 코막힘으로 호흡이 답답했고, 컨디션은 바닥이었다. 약을 챙겨 먹고 충분히 쉬고는 있었지만, 한 번 떨어진 체력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문제였다.


매일 아침 확인하는 가민 워치의 바디 배터리는 더 냉정했다.


3일 연속 20 이하.


‘50만 넘어도 조금은 움직여볼까’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수치였다. 20을 넘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훈련은 의지가 아니라 무리다.


그래서 멈췄다.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고 집에서 쉬며 무엇이 회복을 막고 있는지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과일 위주의 식사, 충분하다고 믿었던 수면. 표면적으로는 문제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오늘 아침, 원인을 알아차렸다.


수면 시간이었다.


평소 설정해 둔 22시–06시 리듬에 맞춰 잠들었을 뿐인데, 20 이하였던 바디 배터리가 단번에 50을 넘었다. 그동안은 잠의 ‘양’은 길었지만 리듬은 깨져 있었다. 오후에 잠들었다가 새벽 1시에 깨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과일을 먹고, 다시 5시에 잠드는 식의 불규칙한 패턴. 늘어난 수면 시간이 오히려 수면의 질을 무너뜨리고 있었던 셈이다.


오후 2시경 30분 낮잠을 더했더니 수치는 55까지 올랐다.


회복은 결국 ‘시간’이 아니라 ‘질’이었다.


부상을 관리하는 능력이 실력이라면, 회복하는 능력 역시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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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쁘고 할 일이 많아도 정해진 시간에 잠드는 것. 그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감기몸살 증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오래 붙잡고 있던 습관이 수면의 질을 갉아먹고 있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이제는 침대 위에서 모든 전자기기를 치울 것이다. 취침 1시간 전부터 스마트폰과 거리를 둘 것이다.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를 하나씩 제거하는 일, 그것이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훈련이다.


기록을 높이기 위해 달려왔지만, 지금은 회복을 위해 멈춘다.

회복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그리고 나는 안다.


회복도 실력이라는 것을.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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