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제적인 달리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계속 달리기 위해 덜 달리기로 한 이유

by 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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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달리기라는 묘한 희열〉이라는 연재 글을 쓰며, 나는 부상에 대하는 나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러너 2년 차를 맞이한 지금, 더 이상 무작정 달리거나 무턱대고 훈련하지 않는다. 달리는 법보다, 멈추는 법을 배우는 중이기 때문이다.



귀찮을 수도 있지만 요즘 나의 하루는 가민 워치에서 바디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먼저 읽고, 그날의 달리기를 결정한다. 때로는 그 기록을 바탕으로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챗GPT와 생각을 정리한다.


작년까지의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달리겠다는 의지를 관철시키는 단계에 있었다. 쉬는 날은 불안했고, 달리지 못한 하루는 실패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올해의 나는 다르다. 지금의 관심사는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얼마나 오래’ 달릴 수 있는가에 있다.


심박수에 따라 달리기의 경제성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체감한 이후, 나는 더 이상 비경제적인 달리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비경제적인 달리기의 끝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부상이다.


원치 않은 부상으로 인해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 이는 내가 지향하는 목표와 완전히 어긋난 결과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더 이상 의지만을 앞세운 달리기는 하지 않겠다고.


물론, 달리기 마일리지를 채우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훈련을 이어갔던 지난날을 돌아보면 미련하고 어리석었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겠다는 그때의 의지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나는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 속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며칠을 쉬어도 다시 달릴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휴식이 멈춤이 아니라 훈련의 일부이자 연속된 과정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회복 능력이 충분히 쌓인 단계는 아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 회복도 더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회복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나는 월 300km 달리기라는 계획을 수정했다.


최소 200km로 마일리지를 낮추고, 매일 몸이 보내는 신호에 집중하는 훈련을 선택했다. 목표는 분명하다.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경제적인 달리기를 통해, 계속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것.



이 선택은 내가 지향하는 〈계속 달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가치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보다, 목표와 방향성을 조정하고 그에 일치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결국 더 멀리 데려다준다고 믿는다.


남들보다 느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정확한 방향으로 가고 싶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바다에서 북극성을 바라보며 항해하던 선장처럼, 기록의 숫자나 주변의 시선보다 나 자신에게 솔직한 달리기를 선택하고 싶다.


아직 월 300km를 감당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욕심을 낸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욕심이 과하면 끝이 좋지 않다는 것을 나는 이미 배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계획을 줄이는 용기를 선택했다.


“나는 계속 달릴 수 있는 사람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