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에서는 달리기도 여행이 된다

온천으로 시작해 온천으로 끝나는 나의 런트립

by 조아

홋카이도를 여행하다 보면 자연의 웅장함 앞에서 자주 압도된다. 특히 홋카이도 중앙에 자리한 대설산국립공원을 지날 때면 더욱 그렇다. 높은 지대에 빽빽하게 들어선 자작나무 숲, 그 숲 사이에서 도로를 가만히 바라보는 거대한 사슴과 마주하는 순간에는 늘 숨을 고르게 된다.


그럴 때면 차창을 열고 홋카이도의 맑고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신다. 잠시라도 그 풍경 속으로 스며들어 홋카이도와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생명력이 느껴지는 검은 흙과 그 위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이곳을 더욱 특별하고도 성스러운 공간처럼 느끼게 한다.


첫 여행 때만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두 번째 여행부터는 렌터카를 탔다. 덕분에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었고 시간의 제약도 줄었다. 하지만 넓은 홋카이도를 오래 달려야 하는 만큼 운전의 피로도 적지 않았다. 중간중간 PA나 SA에서 쉬기도 했지만, 여행자에게 휴게소에서의 휴식은 때로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여행 일정을 언제나 느슨하게 짠다. 이번에 못 본 곳이 있거나 다시 가고 싶은 장소가 생기면 또 오면 되기 때문이다. 아내는 늘 비슷한 곳만 간다고 말하지만, 나에게 홋카이도는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이다. 그래서 홋카이도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2년 전 달리기를 시작한 뒤부터는 홋카이도 여행에서도 내 루틴을 지키려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런트립을 즐기게 되었다. 이제는 숙소를 예약할 때도 주변에 달리기 좋은 길이 있는지, 온천을 즐길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홋카이도에서 달리기는 온천으로 시작해 온천으로 끝난다. 새벽의 한산한 대욕장에서 몸을 덥힌 뒤 달리기를 시작하면 근육이 신기할 만큼 부드럽게 풀려 있다. 달리기를 마친 뒤 다시 온천에 몸을 담그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회복이 된다.


https://brunch.co.kr/@smallwins815/894


여행 중 달리기는 보통 6에서 8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온천이 더해진 이 루틴은 일상 속 달리기와는 전혀 다른 기분을 준다. 도야호 주변, 아사히카와역 뒤편 공원, 첫 런트립을 했던 오타루 운하까지, 홋카이도에는 달리고 싶은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차를 타고 지나던 길이 이제는 직접 달리는 코스가 되었다. 같은 장소라도 두 발로 지날 때 풍경은 전혀 다른 감정을 건넨다. 그렇게 홋카이도는 내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달리고 싶게 만드는 곳이 되었다.

언젠가 정말 달리기만으로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쉽지 않은 도전이겠지만, 홋카이도를 종주하듯 달리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뛴다.


분명 그것은 아주 매력적인 여행의 방식이 될 것이다.


이전 07화두 번의 홋카이도, 한 번의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