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여행이 하나로 이어진 특별한 겨울
3월 초, 나는 홋카이도에 다녀왔다. 월초의 바쁜 업무를 뒤로하고 떠난 여행이라 회사의 눈치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올해 눈을 보려면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거의 무작정 길을 나섰다.
얼마나 무작정이었냐면 짐을 싸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만 챙기면 충분했다. 홋카이도로 향하는 모든 여행은 특별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여행이 있다. 바로 작년 11월의 여행이다.
예전의 나는 늘 2박 3일이나 3박 4일처럼 짧은 일정으로 홋카이도를 다녀왔다. 그러다 작년 봄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여행하면서, 하루의 차이가 여행 전체를 얼마나 바꿔 놓는지 알게 되었다. 하루가 더 생기자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도, 길을 걷는 속도도 달라졌다.
그래서 생각했다.
4박 5일도 이렇게 좋은데, 일주일을 머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작년 11월 23일부터 30일까지, 나는 8일 동안 홋카이도에 머물렀다. 초겨울의 눈을 남들보다 조금 먼저 만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그런데 이 여행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지 길어서가 아니었다. 하나의 긴 여행 같았지만, 실은 두 개의 여행이 이어진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11월 23일부터 26일까지는 여행 메이트인 선배님과 함께한 여행이었다. 그리고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는 가족들과 함께한 여행이었다. 누군가는 굳이 중간에 한국에 다녀올 필요가 있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머무르며 기다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 여행은 혼자 다니는 여행과 다르다. 홋카이도가 처음인 가족들도 있었고, 출국과 입국 과정에서 내가 챙겨야 할 일도 많았다. 장모님께서는 진지하게 귀국하지 말고 홋카이도에 그대로 있으라고 하셨다. 그 말이 참 달콤하게 들렸다.
그래도 잠시 귀국해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익숙한 내가 함께 움직이는 편이 가족들에게도 훨씬 편했다. 결국 아쉬움을 안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다시 홋카이도로 향했다. 사실 가장 걱정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혹시라도 두 여행의 일정이 꼬여 둘 다 취소되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피로가 크게 쌓이지도 않았고, 난처한 변수도 생기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운 좋게도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두 번의 홋카이도 여행을 연이어 누릴 수 있었다.
시기도 좋았다. 성수기를 앞둔 시점이라 사람은 비교적 적었고, 요금도 성수기만큼 비싸지 않았다. 무엇보다 11월 말은 홋카이도의 눈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좋은 때였다. 8일 내내 백설과 마주하며,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를 살아 내는 기분이었다.
특히 선배님과 함께 도야호 주변을 달리며 아침 공기를 가르던 순간, 비에이에서 눈을 맞으며 달리던 장면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여기에 눈을 보고 한없이 기뻐하던 가족들의 표정이 더해지니, 그 시간은 더욱 특별해졌다.
어쩌면 나는 바로 그런 순간들을 만나기 위해 그토록 자주 홋카이도로 향했는지도 모르겠다. 가족들이 그 풍경 앞에서 웃는 모습을 보며, 다음에는 더 아름다운 홋카이도를 보여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가족 여행은 늘 쉽지 않다. 함께 사는 가족이라도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데, 따로 사는 가족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함께 눈을 맞고 웃는 순간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고 일정을 조정해 준 가족들이 있었기에, 이번 여행은 선배님과 함께한 여행과는 또 다른 의미로 오래 남게 되었다.
아마 시작부터 특별했기 때문에, 그 안의 모든 순간도 특별하게 빛났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