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참여 참여자

23년부터 벌써 3번째

by 루치아

2023년 11월에 F를 처음 만났다.


갓 스물의 어린 나이에, 서글서글해 보이는 인상,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나도 코디일을 막 시작할 때였고 활달해 보이는 첫인상에 넘겨짚기를 대학 재수하면서 참여한 거든, 특성화고 졸업 후 취업준비 중이든,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F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로 마음속 깊은 곳에 병이 있었다. 그 마음의 병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F가 사회에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F는 참여자들과 두루두루 친해지려 말도 걸고 간식도 사 와 권해보았지만 잘 씻질 않으니 냄새가 나서 다른 청년들이 F를 피했다.

강의시간에도 엉뚱한 얘길 해서 강사분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F님은 5분만 조용히 하기"라고 말할 정도였다.

게다가 보드게임처럼 룰이 조금만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수업에선 쓰러지기조차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본인도 제대로 설명은 못하지만 머릿속 문제라고 했다.


프로그램 진행에 도움보단 방해가 되는 F가 짜증도 났지만 자기 마음처럼 안 되는 게 많아 실망할 때마다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나이가 군입대를 앞둔 상태인 데다

돈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도 강조하여 여러 취업정보를 공유한 뒤

취업을 하든, 군입대를 할 줄 알았다.


그래서 23년도에 5주 단기 과정이 끝나며 다시 볼일 없을 줄 알았는데


24년 25주 장기 과정에서 F가 다시 신청했다.

취업도 노력했으나 잘 안 됐고

군입대도 좀 미뤘다고 했다.


하지만 다 거짓말이었다.


마음의 병이 심해져 군입대는 면제가 되었고

취업은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

F는 두려워했다. 세상에 나아가는 그 자체가 그에게 큰 두려움이었다.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한테 미안하고, 돈 벌어서 엄마를 호강시켜주고 싶은 마음도 진심이지만,

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따고 자소서를 쓸 의욕이나 기력이 없었다.


F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자신의 방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자기 자신을 미워하며 시간을 보내다, 다시 한번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하여 밤낮이 바뀐 생활패턴도 제대로 잡고, 취업 준비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했다.


24년 그는 변해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일단은 깔끔해졌다.

몸에서 더 이상 냄새가 안 나고, 옷과 머리에 신경 쓴 티가 나기 시작했다.

진로도 잡기 시작했다. 자신이 현재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재단에 취업하기 위해 준비한다고 했다.

말도 줄었고, 다른 사람들 눈치도 볼 줄 아는 등 사회성이 많이 좋아졌다!!!


24년에 과정 마무리하며 취업성공을 기원해 줬다.


2025년에도 가끔 연락 주고받은듯한데 준비 중이란 얘기만 들었던 듯하다.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2026년

F는 다시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했다.


참여승인이 났다는 것은, 6개월 이상 무직상태란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다시 몸에서 냄새가 났고 머리며 옷이 엉망이었다.

여전히 목소리도 크고 잘 웃었지만, 마음속 분노는 더 커진 듯 보였다.


아직 F에게 그의 근황을 상세히 물어보진 않았지만 물어보지 않아도 대충 그의 20대 초반의 삶을 예측할 수 있다.


F는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조금씩 흘리며 사연 있는 사람 연기에 취해있고

돈이 필요해서 취업을 목표로 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대체 이렇게 마음의 병이 깊은 청년을 어떻게 관리하는 게 옳은 건지... 아무리 프로그램을 몇 년씩 해봐도 답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