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닝-크루거"라는 말이 있다.
능력이 부족할수록 오히려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현상.
돌이켜보면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업무가 쏟아지면 나는 당황한다.
구조를 먼저 파악하고,
기록하며 정리한 뒤에야
비로소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돌아보면 그것은 실력이 아니라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방식에 더 가까웠다.
나는 오랫동안
유능한 사람은
계획이 분명하고
기준과 지침을 먼저 세우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저수지 물이 빠져야 바닥이 보이듯,
업무도 돌발상황이 와야 실체가 드러난다.
정해진 틀 안에서는 다 비슷해 보이지만
예상 밖의 순간에는 차이가 난다.
딱딱한 사람은
흐름이 깨지면 멈춘다.
반면 말랑한 사람들은 달랐다.
말랑카우처럼 상황을 받아내고,
그 안에서 다시 길을 만든다.
삐그덕거림 없이 이어간다.
오늘 카페에서 직원에게 질문을 했는데 답이 없었다.
이상하다 싶던 순간, "청각장애"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도 그 직원은
나보다 더 말랑하게 일하고 있었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유연한 태도로 해내고 있었다.
나보다 더 불편한 조건 속에 있을 수도 있는데,
오히려 더 밝고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 말랑함이 부러웠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나는 매뉴얼과 처리 순서가 있어야 속도가 난다.
자료가 부족하면 불안하고,
머릿속에 "얼개"가 서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
유연한 사람들은
머릿속 여러 방에 들어 있는 재료를
필요한 순간마다 적재적소에 꺼내 쓸 줄 알았다.
나는 정리해야 시작되고,
그들은 꺼내며 풀어낸다.
세상은 순서와 규칙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방식은 달라도, 결국 도달하는 지점은 같다.
이제는 안다.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더 완벽한 정리가 아니다.
돌발상황 앞에서도 굳지 않고
다시 길을 만드는 태도,
조금 더 말랑하게 받아내는 힘이다.
나는 딱딱함으로 버텨왔다.
이제는 그 위에
말랑함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