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은 일하고, 공은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

by 서온

조직에서 인정받는 사람은 몇 부류가 있다.

첫째,
진짜 실력으로 올라가는 사람이 있다.
핵심을 짚고, 구조를 파악해 결과를 만든다.
복잡한 일을 풀어내고, 흐름을 바꾸는 사람이다.
실무를 넘어서 판을 움직이는 핵심인력이다.
이건 말이 필요 없다.
실력이다.

둘째,
비비기에 능한 사람이 있다.
상황을 빠르게 읽고,
상사가 원하는 답부터 한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됩니다.”
“맞습니다.”
무엇이 맞는가보다
누가 원하는가를 먼저 본다.
기준보다 반응이 빠르고,
내용보다 타이밍이 앞선다.
일을 해결하기보다
사람 뜻에 맞춰 움직인다.
그래서 빠르게 인정받는다.

셋째,
옆 사람을 써서 결과만 자기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눈에 띄는 일은 본인이 챙기고,
번거롭고 티 나지 않는 일은 옆으로 넘긴다.
“별거 아니다.”
“그냥 하면 된다.”
가볍게 던진 말의 무게는
결국 아래로, 옆으로 간다.
곰은 일하고,
공은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
상사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본다.
그래서 이런 사람의 성과는 더 두드러져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 올라가든 상관없다.
실력도 능력이고,
관계도 능력이고,
보이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다.

하지만 선은 있다.
아랫사람을 갈게 하며 올라가는 것.
남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이용해
자기 성과를 만드는 것.
이건 능력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그래서 야망 많은 사람 아래가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이제는 안다.
올라가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덜 지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먼저 보게 된다.
누가 지시한 일인지,
누가 책임질 일인지,
왜 이 일이 나에게 왔는지,
어디까지가 내 몫인지.
그런 것부터 따지는 내가
문득 씁쓸하다.

이게 습관이 되어야 하는 건지,
매일 반복해 몸에 익혀야 하는 건지 싶어서 더 씁쓸해진다.

그래도 안다.
이건 눈치가 아니다.
나를 지키는 일이다.
쉽게 쓰이는 사람으로 남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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