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을 붙들지 않는 법

by 서온


본인 일이 아닌데도 그 일을 떠안은 채 분노를 쏟아내는 사람이 있다.
자기 일인데도 웃으며 그 부담을 남에게 넘기는 사람이 있다.

이상한 건,
앞사람이 아무리 화를 내도
뒷사람은 아무 타격 없이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멀리서 보면
화를 내는 사람만 유난스럽고 문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도대체 누구의 문제인가.

답은 단순하다.
받지 않으면 된다.
넘기지 않으면 된다.
한쪽에는 경계가 필요하고,
다른 한쪽에는 책임이 필요하다.

문제는 늘
이 단순한 원칙이 가장 잘 무너진다는 데 있다.

나도 자주 생각했다.
저 분노를 감당하느니
차라리 내가 더 배우고, 더 버티고, 더 해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지만 거기서 멈춘다.
그게 정말 성숙한 태도일까.
아니면 익숙한 소모일까.

우리는 같은 자극에도 다르게 반응한다.
누군가는 흘려보내고,
누군가는 오래 붙든다.

귀에 소화제가 달린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그렇게 아무 일 없다는 듯 털어내는 걸까.

쏟아지는 분노를 받으면서도 멀쩡한 사람,
감정을 드러내고도 금방 제자리로 돌아가는 사람.
그들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걸까.
아니면 느끼되, 붙들지 않는 걸까.

최근 들어온 신입이 말했다.
“물어보는 게 무서워요.”

질문은 받아주지 않고,
친절은 드물고,
처음 하는 일 앞에서
그 사람은 이미 주눅 들어 있었다.

타격은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건 버티는 힘이 아니다.
들어온 타격을
내 안에 오래 두지 않는 힘이다.

타격감이 없는 사람이 되는 건 어렵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쉽지 않다.
그러니 필요한 것은
상처받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상처를 오래 붙들지 않는 능력이다.

내가 하는 건 단순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다.

감사한 것 한 줄,
마음에 걸리는 것 몇 줄.
업무든 관계든
먼저 떠오르는 것을 적는다.
키워드면 충분하다.

중요한 건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마음에도, 머릿속에도
오래 쌓아두지 않는 것이다.

한 번 털어내고 나면
같은 사람을 봐도
감정이 예전만큼 치밀어 오르지 않는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내 안에 남는 것이 달라진다.

그제야 알게 된다.
중요한 건 무감해지는 것이 아니라
느끼되, 오래 붙들지 않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나를 지키려면
감정만이 아니라 시간도 정리해야 한다.

한 주를 펼쳐놓고 본다.
내 시간이 어디로 기우는지,
무엇이 과하고 무엇이 비어 있는지.

업무, 휴식, 만남,
운동과 독서 같은 루틴.
어디 하나가 전부를 먹어치우지 않도록
비중을 살핀다.

기울면 덜어내고,
비어 있으면 채운다.

그러지 않으면 반복된다.
반복은 사람을 닳게 만든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감정과 시간과 관계를 다루는
나만의 방식을 만든다.

타격감이 없는 사람이 되려는 게 아니다.
느끼되,
제때 털어내는 사람이 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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