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준'초콜릿의 달콤한 속임수

정제당 중독과 설탕세 논란

by 조은희

1부 What’s Added 감각을 조작하는 첨가물의 세계

3장. 미각을 사로잡다 _감미의 중독

(2) '준'초콜릿의 달콤한 속임수


쥐는 코카인 대신 '설탕'을 선택했다

2007년 프랑스 보르도 대학 신경과학자 세르주 아흐메드(Serge Ahmed) 연구팀이 발표한 실험은 세상을 놀라게 한다. 실험용 쥐에게 두 개의 버튼이 주어졌는데, 하나는 코카인이 투여되는 버튼, 다른 하나는 설탕 용액이 나오는 버튼. 그 결과 무려 94%의 쥐가 코카인을 외면하고 설탕을 택했다. 심지어 코카인에 이미 중독된 쥐조차 설탕으로 갈아탔다.


왜 설탕은 뇌를 사로잡았을까?

정제된 설탕, 즉 ‘정제당’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뇌의 보상회로를 직접 자극한다.

- 혀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단맛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

- 즉각적인 쾌락을 유발

- 반복될수록 더 강한 단맛을 찾게 되는 구조


이는 니코틴, 코카인 같은 약물 중독 메커니즘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정제당이란?

- 정의: 사탕수수, 사탕무 등에서 추출한 당액을 정제해 불순물과 영양성분(미네랄, 섬유질)을 제거하고,

단맛 성분만 남긴 당

- 형태: 백설탕, 황설탕, 갈색 설탕, 분말당, 액상과당, 고과당 콘시럽(HFCS) 등

- 특징: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을 급상승시키고, 인슐린 분비를 유발하며,

짧은 쾌감 뒤에 금세 허기를 만들어 반복섭취 욕구를 강화함

- 성분표에서 확인할 이름들: 설탕, 자당, 포도당, 과당, 액상과당, 고과당 옥수수시럽

맥아당, 말토덱스트린 등 --> 이름이 달라도 대부분 정제당이다


설탕 vs 정제당

- 설탕(Sugar):‘당류’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과일 속 과당, 우유 속 유당, 벌꿀 속 포도당처럼 자연에도 존재.

-정제당(Refined Sugar): 가공 과정에서 영양소 제거, 단맛 성분만 남긴 고순도 당.

모든 정제당은 설탕이지만, 모든 설탕이 정제당은 아니다.

자연 속 설탕은 수분·섬유질·비타민과 함께 흡수되지만, 정제당은 단맛만 남아 뇌를 강렬하게 자극한다.



정제당이 숨은 곳, ‘준초콜릿

그렇다면 이런 정제당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가장 일상적인 위장은 바로 ‘초콜릿’이라는 이름을 단 가짜, '준초콜릿(compound chocolate)'이다.


마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초콜릿과자나 초코칩의 원재료명을 보면 대개 첫 번째가 ‘설탕’이다(자료). 진짜 초콜릿이라면 '코코아 버터'가 주역이어야 하지만, '준'초콜릿은 값싼 '식물성 유지와 합성 향료'가 대신한다. 코코아는 미량일 뿐이고, 진짜 맛을 지배하는 건 정제당이다.

19-1.png <자료> 준초콜릿 원재료명


겉보기엔 매끈한 광택, 달콤한 향기, 입에서 녹는 질감까지 초콜릿 같지만, 본질은 다르다. 풍미는 코코아가 아닌 합성 향료, 부드러움은 버터가 아닌 마가린, 감동은 ‘맛’이 아니라 ‘자극’에서 나온다


프랑스의 디저트 셰프 티에리 보브크(Thierry Baubec)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건 초콜릿이 아니에요. 감각의 모조품이죠. 혀는 즐겁지만 마음엔 남지 않아요.”


가짜 만족의 메커니즘

준초콜릿의 단맛은 결국 정제당의 작동 결과로써, 만족은 짧고, 갈망은 더 커지게 한다.


문제는 투명성이다. 제품에는 ‘리얼 초콜릿 사용’ ‘카카오 함량 30%’ 같은 문구가 붙지만, 소비자는 ‘초콜릿’이라는 단어에 속아 실제 성분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진짜보다 더 달콤한 가짜를 먹으면서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매번 속고 있는 셈이다.


‘설탕세’, 중독에 맞선 사회의 선택

정제당의 중독성은 개인의 기호 문제가 아니다. 의료비와 건강부담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설탕세(SSB Tax)를 도입했다. (연재 2편)에서 다룬 바와 같이, 멕시코·영국·프랑스는 이미 시행했고, 효과와 논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설탕 앞에서 우리가 의지가 약한 게 아니다.

이미 정제당이 뇌의 시스템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준초콜릿은 그 상징이다.

감각을 자극하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 맛, 중독은 부르지만 감동은 주지 않는 맛.

이것이 바로 정제된 단맛이 만들어낸 ‘가짜 만족’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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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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