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비타민의 환상
2부 What’s Lost 가공과정에서 사라진 영양
4장. 열과 시간의 대가 _가공기술이 빼앗은 영양소 (4)
광고 속 시리얼은 언제나 완벽하다. 바쁜 아침, 우유만 부으면 손쉽게 한 끼가 완성되고, 포장에는 ‘비타민 11종 강화’, ‘하루 영양의 40%’라는 문구가 반짝인다(자료). 하지만 시리얼은 본래 영양이 풍부한 식품이 아니다. 오히려 가공 과정에서 영양이 빠져나간 식품에 다시 영양을 첨가한 결과물이다.
시리얼의 주재료는 밀, 옥수수, 쌀 같은 곡물이다. 이들은 제조 과정에서 여러 단계를 거친다. 분쇄, 가열, 압출, 건조, 코팅— 이 과정에서 섬유질과 비타민 B군, 미네랄이 대부분 사라진다. 그렇게 텅 빈 알갱이 위에 ‘비타민 분말’을 다시 입히는 것이 우리가 보는 ‘영양 강화’ 시리얼의 진짜 모습이다.
제조사는 영양 손실을 보완하기 위해 합성 비타민을 분사하거나 시럽층에 섞는다.
그 덕에 시리얼 한 그릇만으로도 ‘하루 권장량의 30~50%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이 첨가된 영양소는 자연 상태의 비타민과 다르게 작동한다. 합성 비타민은 체내 흡수율이 낮거나, 다른 영양소와의 균형 없이 흡수되어 일시적인 혈중 농도만 올리기도 한다.
게다가 시리얼의 맛을 잡기 위해 사용되는 설탕, 코팅유, 향료, 색소가 영양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영양보다 감각이 우선된 구조, 그것이 바로 초가공식품의 특징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비타민 강화’라는 문구를 보고 시리얼을 건강식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본래 영양이 빠진 음식에 인공적으로 영양을 다시 채우는 것은 결핍의 복원이 아니라 '환상의 재포장'이다.
영양은 단일 성분이 아니라 ‘균형과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즉, 곡물이 지닌 섬유질, 단백질, 지질의 조화가 깨진 순간, 아무리 비타민을 더해도 본래의 생명력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시리얼은 현대 가공식품의 상징적 아이러니다.
영양을 빼앗고, 다시 첨가하며, ‘건강’이라는 이미지를 덧입힌다.
사라진 것을 되돌리려는 기술은 결국 ‘진짜’를 잃은 복원이다.
우리가 진짜 영양을 되찾는 길은 첨가된 숫자가 아니라, 덜 가공된 식탁에서 시작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식품 가공 과정에서 '열과 시간'이 어떻게 식품의 생명력을 지워가는지를 살펴보았다.
안전과 편리함을 얻는 대신, 비타민과 향, 질감, 풍미 같은 자연의 흔적은 하나씩 사라졌다.
이제 무대는 바뀐다.
사라진 영양 대신, ‘과잉의 감각’이 채워진 세계로 들어간다.
그 과잉이 어떻게 우리의 혀와 뇌를 자극하며, ‘맛’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를 설계해 왔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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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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