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제로 음료, 무설탕 시대의 더 강한 단맛

당쇼크, 인공 감미료가 만든 환상

by 조은희

2부 What’s Lost 가공과정에서 사라진 영양

5장. 맛의 함정 _잃어버린 감각 뒤에 숨은 ‘과잉’의 과학 (4)


설탕은 줄였는데, 왜 이렇게 달콤할까?

제로’, ‘무설탕’, ‘No sugar added’.

언뜻 건강해 보이는 이 단어들이 사실은 더 강한 단맛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탄산음료 한 캔(355ml)의 당류는 평균 35g(10-11%), 각설탕 13개 분량(한 개=2.65g)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설탕 없는 대안’을 내세웠다. 하지만 설탕을 뺀 자리에 들어간 건, 단맛을 몇 백배 이상 높이는 [인공 감미료]였다.


대표적인 것이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사카린나트륨].

이들은 혀의 단맛 수용체를 강하게 자극해, 실제보다 훨씬 강한 단맛을 느끼게 만든다.

문제는 뇌가 이를 ‘설탕’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즉, 칼로리는 0이지만, 단맛의 욕망은 100으로 유지된다.


다이어트 탄산음료 _칼로리는 없지만 식욕은 넘친다

다이어트 콜라를 마신 뒤, 배가 더 고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착각이 아니다.

감미료는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지만 실제 에너지는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뇌는 ‘더 먹어야 한다’는 신호를 낸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 연구에 따르면, 인공감미료 음료를 하루 1캔 이상 마시는 사람은 당뇨병 위험이 18% 높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제로’ 음료가 식후 혈당 반응을 오히려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결과도 나왔다.

입안은 달지만, 몸속은 혼란스러운 것이다.


무설탕 껌과 에너지바 _작은 조각의 강한 자극

무설탕 껌 한 조각, 다이어트 에너지바 하나에도 ‘수크랄로스’와 ‘에리스리톨’이 들어 있다.

이 감미료들은 소장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아 칼로리는 낮지만, 단맛 감각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결국 우리는 ‘단맛이 있어야 만족한다’는 감각 구조에 더 깊이 갇히게 된다.

입은 가벼워졌지만, 뇌는 여전히 ‘단 게 없으면 불안하다’고 외친다.


제로 소주, 제로 아이스크림 _신세대 ‘제로’의 확산

최근엔 술, 디저트, 아이스크림까지 ‘제로’가 붙는다. ‘건강하게 마시는 술’, ‘무설탕 간식’이라는 슬로건이지만, 그 속엔 여전히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가 들어 있다.

‘제로’는 설탕을 줄인 것이 아니라 단맛의 언어를 바꾼 것일 뿐이다.


브랜드들은 ‘맛은 그대로’를 강조하지만, 그건 곧 ‘자극은 그대로’라는 뜻이다.

단맛의 민감도는 점점 무뎌지고, 자연의 달콤함—사과의 단맛, 고구마의 당미—는 더 이상 ‘달게’ 느껴지지 않는다.


감미료는 설탕보다 나은가? _우리가 잃은 '진짜' 단맛

감미료는 설탕보다 똑똑한 대체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단맛은 뇌의 감각 회로를 교란하는 기술적 환상이다.


단맛을 없애기보다, 단맛의 기준을 바꾸는 일. 그것이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첫걸음이다.

당분을 ‘0’으로 줄이는 대신, 자연의 맛을 ‘1’로 느낄 수 있는 혀를 회복하자.

이제는 감미료가 아니라 감각의 리셋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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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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