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유통기한은 늘고, 우리 건강기한은 줄고
2부 What’s Lost 가공과정에서 사라진 영양
6장. 오래가는 식품, 짧아지는 건강 (1)
서울의 한 대형마트, 캠핑용 코너. 노란 파우치로 익숙한 ‘3분 카레’가 산처럼 쌓여 있다. 포장 뒷면의 문구가 눈길을 끈다. [실온 보관 24개월] -냉장도 냉동도 필요 없는, 말 그대로 ‘2년짜리 음식’이다.
이 놀라운 숫자는 기술의 자부심이자 소비의 편리함이다. 끓는 물에 3분만 담그면 완성되는 간편식, 부패 걱정 없는 긴 유통기한,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저장성 -모두 현대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시간을 이긴 기술’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썩지 않는 음식’이 왠지 모르게 불안한 안심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식품의 유통기한이 길어진 세상에서 정말 오래가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건강일까, 아니면 가공의 기술일까?
2020년, 한 유튜버가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 섭취만으로 1년간 생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체중 증가, 피로, 피부 트러블, 소화불량으로 결국 실험은 중단됐다.
일본에서는 유통기한이 10년에 달하는 비상식량이 출시됐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했다.
“몸에 좋을 리 없다.” “먹는 순간, 뭔가 죽어 있는 기분이 든다.”
식품의 부패를 막은 기술이 우리 몸 안에서는 어떤 작용을 하고 있을까?
음식의 시간을 늘리는 기술이, 과연 우리 몸속의 시간도 함께 늘려줄까?
앞선 글들이 식품 가공과정의 중간 단계를 다루었다면, 이제는 가공의 출발점인 원재료와 마지막 고리인 포장과 보존의 영역으로 시선을 옮긴다. 이들이야말로 우리가 먹는 식품이 ‘썩지 않게’ 설계되는 핵심 무대다.
- 포장재와 포장 기술: 안전을 위한 장벽인가, 유해물질의 통로인가
- 보존료와 충전제: 유통기한을 늘린 대가
- 원재료 설계: 농장에서부터 시작된 오래가는 음식의 구조
이 세 가지 기술은 눈으로 보기 어렵고, 맛이나 냄새로는 구분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이 장에서는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 기준도 함께 제안할 것이다.
식품의 유통기한은 길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건강의 기한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썩지 않는다는 건, 결국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변하지 않는 음식은, 더 이상 살아 있는 음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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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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