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와 포장기술, 안전장벽인가 유해통로인가
2부 What’s Lost _ 가공과정에서 사라진 영양
6장. 오래가는 식품, 짧아지는 건강 (2)
1974년, 캐나다 해안에서 한 난파선이 인양되었다. 그 안에는 녹슨 통조림 몇 상자가 들어 있었는데, 통조림의 제조연도가 1865년. 무려 109년을 버틴 식품이다. 놀랍게도 검사 결과, 유해 미생물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섭취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 놀라운 결과를 만든 건,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었다.
- 완전히 밀봉된 금속 캔,
- 100℃ 이상의 고온살균,
- 차가운 바닷속 무산소 환경.
즉, ‘시간을 멈추게 한 과학’이었다.
통조림의 극단적인 사례가 말하듯이, 포장기술은 음식의 부패를 막고 유통기한을 늘리는 인류의 생존 전략이었다. 오늘날에는 플라스틱, 금속, 종이, 유리 모두가 포장의 첨단소재로 진화했고 그 기술 또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 MAP(가스치환 포장): 산소를 이산화탄소나 질소로 바꿔 부패균을 억제
- 비가열 살균(High Pressure/E-beam): 열 대신 전자선이나 압력으로 살균해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
- 레토르트 포장(고온, 고압 멸균): 상온 보관이 가능한 즉석 카레, 영유아식, 군용 식품의 핵심 기술
- 멀티레이어 포장: 여러 겹의 필름이 산소 투과율을 최소화
결과적으로, 한때 며칠이 한계였던 식품의 수명은 몇 달, 몇 년 단위로 연장되었다. 냉장고보다 더 강력한 방패가 된 셈이다.
그러나 완벽한 차단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식품을 보호하는 장벽이 오히려 유해물질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 대표적인 것이 비스페놀 A(BPA)다.
플라스틱과 통조림 내벽 코팅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열과 산에 노출되면 음식 속으로 스며든다.
BPA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체내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해 생식 기능 저하, 갑상선 기능 이상, 비만,
조기 사춘기 등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2010년 이후 EU, 캐나다, 한국 은 유아용 제품에 한해 사용을 금지했지만, 여전히 음료캔, 통조림, 포장지 등 다수의 제품에 존재
- 또 다른 문제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미세플라스틱 입자(microplastic)다.
음식과 함께 섭취된 미세 플라스틱은 인체에 축적되어 혈관 내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
‘음식을 보호하던 막’이, 결국 우리 몸의 막을 손상시키는 셈이다.
포장재의 유해물질은 열-기름-시간에 의해 식품으로 이행된다. 다음의 작은 습관만으로도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큰 차이를 만든다.
파우치·캔·코팅 종이 포장은 내열용기에 옮겨 데우기
전자레인지 가열 시 랩이 음식에 닿지 않게 하기
플라스틱 포장 식품은 자동차나 직사광선 아래에 두지 않기
기름진 음식은 유리·스테인리스 용기에 보관하기
제조일이 빠른 제품을 고르고, 가능한 한 빨리 소비하기
포장재는 냉장고보다 똑똑하지만, 우리의 몸은 더 민감하다.
유통기한이 늘어난 세상에서 진짜 오래가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다.
썩지 않는 음식은 편리하다.
하지만 그 편리함이 몸 안의 시간을 단축시킨다면, 그것은 더 이상 ‘안전’이라 부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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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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