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라벨, 식품의 보안 검색대

진실은 포장 뒤에 있다

by 조은희

3부 What’s Choice 속지 않는 선택의 기술

8장. 라벨 읽기 _제품이 말하는 정보의 언어(1)


식품 ‘라벨’, 진실을 통과시키는 검색대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때마다 우리의 소지품이 투명해지듯, 식품에도 진실을 통과시키는 검색대가 있다. 그것이 바로 제품 뒷면의 ‘라벨’이다.


광고는 감정의 언어로 소비자를 설득하지만, 라벨은 법과 데이터의 언어로 제품을 증언한다. 겉면은 화려한 약속으로 꾸며져 있어도, 그 약속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포장 뒷면의 작은 글씨에 숨어 있다.


결론적으로 식품 라벨은 기업의 ‘의무 보고서’이자 소비자의 ‘보안 장치’다.

문제는, 이 장치를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식품 안전사고의 70% 이상은 ‘라벨의 성분표를 제대로 읽지 않은 소비자’에게서 비롯된다는 보고도 있다.


식품의 복잡한 유통망 속에서 소비자가 의존할 수 있는 마지막 방어선은 정보뿐이다.

라벨을 읽는다는 건 단지 글씨를 보는 행위가 아니라, 제품이 지나온 경로를 검색하는 행위다.


라벨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식품 생애 이력서’

대부분의 소비자는 ‘유통기한’만 확인하고, 그 아래 줄줄이 이어지는 ‘성분표(원재료명), 영양정보, 제조원’은 스쳐 지나간다. 그 몇 줄의 정보 안에, 진짜 진실이 담겨 있는데도 말이다.


예컨대, 제품 앞면에 ‘100% 천연’이라 적힌 음료라도,

원재료에 ‘혼합 농축액’이라 적혀 있으면, 그 ‘천연’이 실제로는 재조합된 원료임을 알려준다.

또한 ‘무첨가’라는 문구 아래 ‘산도조절제, 유화제, 합성향료’가 함께 적혀 있다면,

그건 광고의 감정과 라벨의 진실이 충돌하는 순간이다.


식품 라벨은 제품이 거쳐온 모든 과정의 흔적을 담고 있다. 라벨은 단지 법적 표시가 아니라, ‘식품의 생애 이력서’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라벨 표기 의무사항

특히 한국의 표시제는 글로벌 식품시장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숫자, 단위, 생소한 용어가 화면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법을 모르면, 보지 않은 것과 같다. 다음의 국내 라벨 표기 사항부터 살펴보자(자료 이미지의 번호 ①-⑦ 참조).


라벨.png <자료> 라벨 표기사항


(1) 원재료명

① 식품에 들어간 모든 [원재료·첨가물]을 개별 명칭으로 표기

② 여기에 [알레르기 유발 성분] 표시가 확대되어, 현재 표시대상은 21종(2023년)

(2) 영양정보

③ 기본 [열량·탄수화물·단백질·지방·나트륨]에 더해 [당류·포화지방·트랜스지방] 정보까지 강화하고

모두 수치/양으로 표시

④ 실제 섭취 판단을 돕는 [1회 제공량, 총 내용량, % 영양성분기준치]도 표시

(3) 기타(제품수명, 원산지, 기능성 문구)

⑤ 제품 수명 표시는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전환되어 섭취 가능 시점을 제시

⑥ [원산지] 표시는 확대 중

⑦ [건강·기능성 문구](예: “○○에 도움”)는 법에 따른 인정·인증이 필요


보이지 않는 시대, 보이는 진실을 읽는 기술

우리는 눈앞에 없는 광고보다 눈앞에 있는 라벨을 더 의심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라벨은 제품이 하는 마지막 진실 고백으로서, 기업의 마케팅을 해독하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도구다.

작지만 강력한 이 고백을 읽을 줄 아는 소비자만이, ‘보이지 않는 설득’의 세계 안에 머물지 않고 속지 않는 세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어질 글에서 보안검색대의 화면처럼 순서대로,

‘무엇으로 만들었나’에서 시작해, ‘얼마나 들어 있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을 주의해야 하나’까지,

라벨을 해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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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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