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게 맛살', 라벨에는 게가 없다?

라벨 표기 1 _원재료명 그리고 알레르기

by 조은희

3부 What’s Choice 속지 않는 선택의 기술

8장. 라벨 읽기 _제품이 말하는 정보의 언어 (2)


게맛살은 ‘게 없는’ 게맛

라벨의 원재료명에는 중요한 원칙이 있다. 주요 성분을 함량 순서대로 표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맨 앞의 세 가지 성분이 곧 제품의 실질적인 주원료다.


예컨대 게맛살 라벨을 보면(자료 1), 첫 번째는 연육(81.05%), 두 번째는 감자전분, 세 번째가 설탕.

이들이 이 제품의 주원료인 것이다.

<자료 1> 게맛살 라벨의 원재료명


그런데 <자료>를 보면 제품명은 ‘게맛살’인데, 주원료 이외의 재료명에서도 정작 게는 보이지 않는다.

무슨 연유인지 원재료명을 따라 하나씩 풀어 보자.


연육: 명태 등 외국산 흰 살 생선을 갈아 만든 것

감자전분, 난백분: 쫄깃한 식감 구현

설탕, 정제소금: 단짠(단맛과 짠맛)으로 주된 풍미 설계

합성 향료(게향), 토마토·파프리카 색소: 게살의 향과 색을 모방

해조 칼슘, 유산균 분말: 건강식품처럼 보이게 하는 부재료


즉, 게맛살은 ‘게 없는 게맛’을 첨가물로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다.

게라는 단일 성분을 지닌 자연 게와 20개가 넘는 성분으로 흉내 낸 가공품의 대비는(자료 2), 라벨 읽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44 게맛살1.png <자료 2> 자연 게와 가공식품 게맛살의 성분 비교



알레르기, 남의 일은 아니다

2017년 영국, 15세 소녀 나타샤는 여행길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녀는 참깨에 알레르기 유발이 되는데, 빵에 들어간 참깨가 라벨에 표시되지 않았던 탓이었다. 이 사건은 결국 ‘나타샤 법(Natasha’s Law)’을 탄생시켰다.


국내에서도 초등학생 5명 중 1명꼴로 알레르기를 앓고 있으며, 흔한 성분인 우유, 달걀, 땅콩 등이 응급실 행의 원인이 되곤 한다.


알레르기란: 해롭지 않은 물질에 면역계가 과잉 반응하는 현상
증상: 피부 발진, 재채기 같은 가벼운 반응부터 호흡곤란, 아나필락시스처럼 치명적인 상태까지 다르다
특징: 예측 불가능(개인별, 국가별 유발 물질이 다름)
유발 물질 증가 이유: 환경오염, 수입식품 증가, 면역계 변화


라벨은 알레르기 환자에게 생명선이다. 예컨대 게맛살에 ‘게향’만 있고 실제 게가 없다면 게 알레르기 환자는 안전할 수 있다. 반면 간장 라벨에 ‘대두·밀 함유’라고 적혀 있으면, 발효콩 함량이 적더라도 알레르기 환자에겐 위험한 것이다.


알레르기는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식탁에 놓인 보편적 위험이며, 그 답은 광고가 아닌 라벨 속 작은 글씨에 있다.


이제 원재료명에서 무엇이 들어갔는지 확인했다면, 다음은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바로 ‘영양정보’다. 다음 글에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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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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