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방가르드(1)

신원시주의

by 크리스
세종문화회관

이른바 <칸딘스키전>을 보고옴. 하지만 널리 알려진 이 이름과 달리, 정확하게 그를 제외한 나머지 예술가들을 더 주목하게 되는 특이한 전시.


우선 용어부터. '아방가르드(Avant-Garde)'(영어로는 뱅가드)는 전쟁 중 가장 앞서는 부대를 뜻하는 프랑스 말. 즉, 전위대(前衛隊). 이 말이 정치권에 흘러 들어가면서 어떤 진영에서 가장 과격하고 급진적인 주장을 내놓는 인사들을 부르는 말이 됐고, 예술계에 이르러 매우 실험적이고 급진적이며 파격적인 예술 사조, 그로 인한 생경함 혹은 선구자를 뜻하는 용어로 쓰이게 됨.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20세기 초부터 볼셰비키 혁명 이후 퇴폐미술로 낙인 찍혀 탄압을 받게 되는 1920년대까지 나타난 예술의 한 경향. 하나의 단일 사조라기보다는 그 안에서 여러 시도와 실험의 갈래가 공존.


1913년 볼쇼이 극장에서 발레 '황금수탉' 무대 디자인을 작업중인 나탈리야 곤차로바와 미하일 라리오노프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효시격인 신원시주의(Primitivism)는 서양의 인상주의에 영향을 받은 광선주의(레요니즘)와 원시적 생명력을 강조하고 러시아 민속 미술의 특성을 작품에 불어넣으려는 특징이 돋보임. 미하일 라리오노프(1881-1964)와 그의 아내 나탈리야 곤차로바(1881-1962)에 의해 주창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두 사람은 1901년 모스크바 회화 조각 건축학교에서 만났으며 원래 조각을 배우던 곤차로바를 라리오노프가 설득해 회화의 길에 들어서게 함.


이 둘은 수년 뒤 작은 단칸방에서 동거를 시작함. 하지만 기성세대의 부르주아적 가부장 질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결혼은 하지 않았으며 각자 애인을 두는 등 자유로운 연애를 하다가 죽기 직전 즈음에 유산 상속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부부의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짐(1956년). 사실상 계약 결혼을 이어간 셈.


라리오노프의 광선주의는 빛을 받는 대상에 주목하는 인상주의에 강한 영향을 받았으나 빛 그 자체에 보다 주목하는, 러시아에서 태동한 미술 사조. 순수하게 색과 형태만의 세계, 즉 추상회화의 영역으로 몰입해 무대 미술에 강한 영향(을 미쳤으나, 하나의 미술운동으로서 오래 가진 못한 한계가 존재함.) 대표작으론 라리오노프의 <밤. 타티스폴>(1907-1908), <유대인 비너스>(1912), 곤차로바의 <추수꾼>(1911) 등.


추수꾼(1911)

유대인 비너스와 추수꾼 모두 색채의 강렬한 대비를 통한 에너지, 색깔 본연이 지닌 생명력(초록)을 불러 일으키려는 시도가 두드러지고, 추수꾼은 거기에 더해 두터운 윤곽선 표현을 통해 러시아의 민속 판화 '루복'을 회화에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 두 사람은 미술계 불만을 가진 반항적인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다이아몬드 잭>이라는 전시를 기획하였는데, 미술이 가진 '우아하고 섬세한 고급문화'라는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일부러 뒷골목 도박장이 연상되는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이었음.


유대인 비너스(1912).

이런 이들의 도전과 실험은 볼셰비키 혁명 이후 스탈린에 의해 '퇴폐미술'로 낙인 찍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퇴장하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