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아몬드 잭>은 초창기 러시아 아방가르드 움직임을 추동한 젊은 예술가들의 저항으로 볼 수 있음. 이 써클(?) 창립멤버인 표토르 콘찰롭스키(1876-1956)와 일리야 마쉬코프(1881-1944)는 앞서 소개한 미하일 라리오노프와 나탈리야 곤차로바 만큼 (한국에서) 유명하진 않지만, 신원시주의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쳐나간 것으로 평가됨.
- 두 사람 모두 폴 세잔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표토르 콘찰롭스키는 동료들로부터 '러시아 세잔주의'의 창시자로 불리기도.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 일리야 마쉬코프의 <의자에 앉은 여성의 초상>(1913)은 그의 실험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작품. 의자에 앉은 입체적인 여성(아내인 옐레나 표도르바)의 모습은 그 뒤로 보이는 소아시아풍의 배경이 지닌 패턴성과 대비돼 존재감을 한층 드러내도록 설계돼 있음. 이 작품은 평면과 입체, 인위적인 느낌과 자연스러운 느낌 등 반대되는 감각을 한 시야에 넣음으로써 어떤 생경함을 만들어내고자 했다는 점에서 아방가르드적인 성격이 잘 드러남.
*Portrait of a lady in an armchair(1913)*
- 이 시기 러시아 아방가르드에는 큐비즘과 야수주의, 세잔주의 등 앞서 유럽에 등장한 혁신적인 실험을 러시아적으로 재해석하는 모습 많이 보임. 블라디미르 베호테예프(1878-1971)의 <투우>(1919)는 큐비즘과 인상주의, 미래주의, 야수주의 등이 나란히 엿보이는 작품. 기병학교 출신으로 군에 몸담았다가 화가로 전향한,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 작가는 유럽에서 활동하며 익혔던 당시 최신 유행이던 예술사조를 한데 녹인 작품들을 내놓음. 작가가 몸소 겪은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암시하는 말과 황소의 강한 충돌, 그리고 이를 제어하려는 투우사의 움직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긴박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작품에 운동성을 담고자하는 미래주의적 경향을 분명하게 드러냄. 일러스트레이션의 대가로 꼽히는 베호테예프의 회화는 이 작품을 포함해 몇 개 안 남아 있다고.
*블라디미르 베흐테예프 ‘투우’ (1919년 작)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 소장*- 여기서 미래주의란, 20세기 초반 이탈리아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모더니즘 미술사조로, 그 등장이 다소 독특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음. 이탈리아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필리포 마리네티는 1909년 2월 프랑스 파리의 르 피가로 지에 '미래주의(파) 선언'을 발표함으로써 미래주의(파)를 세상에 알림. 즉, 예술가가 나는 이런 예술을 하겠다고 언론에 광고를 내고 시작된 도발적인 예술 사조인 셈.
- 그는 르네상스 이후의 신고전주의의 도취적 성격과 데카당스적 성격을 비판함과 동시에 내연기관의 폭발적인 힘과 속도, 과거에 대한 격렬한 공격과 새로운 세계로의 '위험한 도약'을 찬미함. 요컨대 미래주의는 속도와 역동성, 신기술 및 기계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작품에 담으려는 실험으로 볼 수 있음. 그는 "이탈리아가 오랫동안 헌 옷 입은 장사꾼 노릇을 해왔다", "우리는 이 나라를 무덤처럼 뒤덮고 있는 박물관(전통)들로부터 풀어주려고 한다"며 예술의 전통들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는 근대 이후 천주교적 전통에 얽매이고 산업적으로 낙후된 이탈리아 사회와 문화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동으로 평가됨.
- 흥미로운 점은 이탈리아나 러시아처럼 산업화가 덜 된 나라들에서 기계문명을 예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반면, 정작 영국과 프랑스 등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된 국가에서는 과거회귀적인 미술 운동과 제3세계에서 대안을 찾는 원시주의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