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mart Festival Jul 29. 2016

치열한 인생에 쉼표를 찍다

고양이가 찍어준 Comma,

 

묘연 이라는 말, 들어 보았나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중에는 '길에서 고양이가 쫓아와서' 키우게 되었다거나 '여러 고양이 중에 이 아이가 나에게 와서 안겨서' 키우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것을 흔히 '묘연'이라고 한다. 고양이는 스스로 주인을 택한다는 이야기다.


필자의 경우에는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언젠가 징그러울 정도로 큰 덩치로 어슬렁대는 길고양이와 마주친 후 고양이가 혐오스럽고 무서워졌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였지만

성취감 없는 회사생활 때문에

진로를 전환하기로 결심했고,

 치열하게 공부해서

다시 '제로'에서 출발해 커리어를 쌓기까지.


누구에게도 자신있게 고시생처럼 살았노라

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들이 지나갔다.

치열하게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한계점에 와 있었다.


'동거 생명체'를 들이고 싶었을 무렵

시끄러운 것은 질색이었고 출장이 잦았다.

따라서 개는 자격미달.

그즈음 친구가 키우는 순한 고양이들과 몇번 만나 이 동물이 상당히 온순하다고 믿게 되었고  그런 이유로 고양이가 그 생명체로 당첨되었다.



예쁜 샴고양이를 '구매'하려고 알아보던 중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주인이 못키우게 된 한 살 정도 된 러시안블루가 있다고.

인형같은 아기 고양이를 찾던 나에게 잿빛(?) 성묘는 관심 밖 이었다.

결국 그 녀석은 동물병원 간호사가 키우는가 싶었는데 하필 남편이 알러지가 있어 하루만에 파양되어 왔다고 했다.


보고만 가라는 말에 병원에 들러 만난 고양이. 어두운 털색에 자꾸만 유리문에 머리를 비벼대어 맘에 들지 않았다. "안아볼래?"라며 지인은 고양이를 꺼내 내게 안겼다.

주인이 키울수 없어 다른집에 입양되었다가 파양되어 병원에서 임시보호 중이었다


속으로 기겁했다.

사실 성묘 고양이를 들어

품에 안아본 경험도 없었다.


그런데 이 회색 고양이.

세상 제일 순진한 얼굴로

갓쪄낸 떡처럼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몸을 나에게 맡기며 나즈막히 울었다.


"-"


집에 돌아와서도 그 고양이가 내 스타일이 아닌건 확실했지만 그 조용한 울음과 측은하게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만 생각났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고양이는 쉼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