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시작은 언제나 낯설다는 불편함
묘연은 시작되었으나
홀린 듯 고양이를 집에 데려와 버렸다.
지금도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밥그릇과 사료. 화장실과 모래까지
8만원에 넘겨받았다.
가방에 고양이를 넣고 집에 올때까지
고양이는 단 두번 울었다
예의 그 자그마한 울음
냐-아
집에 오니 밤 10시.
화장실을 설치하고 나니 고양이가
냄새를 맡으며 진동기 소리를 내며
집안을 돌아다녔다.
사료와 물을 조금 덜어 두고
불을 끄고 누웠다
시커먼 고양이.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도 움직였다.
내가 원하던 하얗고 몽실한 아기고양이는 어디가고
저 커다란 회색고양이가 우리집에 있는거지?
갑자기 아프면?
내가 회사 간 사이 갑자기 죽어 있으면?
아파서 토하면?열나면?
두려움이 밀려왔다
십년은 산다는데
쟤랑 십년은 살고 싶은 게 맞나?
아냐. 난 저 고양이가 무서워.
실수였어. 내일 다시 돌려주자.
침대에 누워 이런 생각하는 와중에도
이 고양이는 눈치없이 내 침대 위로 뛰어 올라와서 베게 위까지 찬찬히 둘러보며 서성대었다.
작은 회색그림자가
벽면에.
거실에.
그래, 이건 아니야
반묘하자.
마음을 굳히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