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플리케이션 I
최재홍 가천대학교 스타트업 칼리지 교수
스테이블코인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떠오른 화두는 코인의 발행이나 관리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쓸 수 있느냐는 응용의 문제다. 이제 코인을 발행하는 기술은 소수의 영역에 그치게 될 것이며, 진정한 성패는 그 코인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거대한 생태계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끌어갈 주역은 다름 아닌 개발자들이다.
이 생태계는 네 부류의 핵심 구성원이 맞물려 돌아가는 유기적인 체계다. 우선 가치를 고정하고 시스템을 유지하는 발행자가 기반을 닦으면, 개발자는 그 위에서 창의적인 서비스와 도구를 설계한다. 일반 소비자는 이 서비스를 일상에서 소비하며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공정하고 안전하게 흘러가도록 법을 만들고 규칙을 준수하게 하며, 탈법적인 행위에 제재를 가하는 정부 기관이 감시자와 조정자로서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서 개발자는 디지털 혈액이 흐를 수 있도록 혈관과 심장을 설계하는 건축가와 같다. 이들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돈이라는 혁신적인 도구를 손에 쥐고 기존 금융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조건만 맞으면 즉시 대금이 정산되는 자율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복잡한 서류 절차 없이도 자산의 가치를 증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소액 대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그 예다. 단순히 기술을 구현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가 정한 테두리 안에서 일반인들이 안심하고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 개발자의 시대적 소명이다.
결국 혁신은 소수의 전유물에서 대중의 일상으로 넘어갈 때 비로소 그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그 전환점을 만드는 첫 단추가 바로 개발자들이 구축하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투자나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가장 편리하고 안전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해외 직구나 여행에서 환전 수수료 없이 즉시 결제하고, 개인정보 유출 걱정 없이 자신의 지갑만으로 자산을 증명하며, 행동에 따른 보상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코인으로 즉각 받는 경험이 아무런 꺼림칙함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그 비용이 다시 새로운 서비스의 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때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비로소 성공의 궤도에 오른다. 이를 위해 개발자들은 기술적 복잡함 뒤로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 블록체인의 구조를 몰라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서비스들이 매끄럽게 연결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개발자와 사용자들이 더 빠르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할 수 있도록, 이 책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난해한 기술적 장벽을 걷어내고자 노력했다.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술 특허들을 일반인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고, 이를 실제 비즈니스 모델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이러한 시도가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스테이블코인 응용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거듭날 것이며, 본 저서가 그 여정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는 발행자의 기획서 안이 아니라 개발자의 상상력과 구현 능력 위에서 결정된다. 기술적 토대와 제도적 틀은 마련되었으며, 이제는 그 위에 얼마나 촘촘하고 유용한 서비스들을 엮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반 대중이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를 의식하기도 전에 이미 일상의 편리함으로 코인을 사용하고, 그것이 다시 경제의 생산으로 환류하는 시대,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진정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청사진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