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국제 IT·가전전시회) 2022'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을 한마디로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가까운 기자가 나에게 묻는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아"라고 했다. 'CES 2022'는 세계 기술기업들이 신기술 경쟁의 각축장임에도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보다 첫 번째 든 첫 감흥은 라스베이거스 도처의 우리나라 사람이다. 참여기업 2200여곳 중 500곳 넘는 한국 기업의 참가는 CES는 한국 기업이 아니면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참가국 수뿐만 아니라 미국가전협회(CTA) 주관의 'CES 2022' 혁신상도 27개 분야를 휩쓸었다. 139개로 역대 최고라고 한다. 출전제품의 질 면에서도 한국 기업은 'CES 2022'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 특히 혁신이 생명인 스타트업이 총 400여곳에 달했다. 중앙의 창업진흥원부터 지방정부의 서울관, 경북과 대구관, 성남관뿐 아니라 서울대와 고려대, 카이스트와 포스텍, 한서대학교 등 'CES 2022'의 스타트업 유레카를 지나다 보면 CES에서 C가 한국 코엑스의 약자가 아닐까 착각하게 한다. 참가 대기업 중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두산은 새로운 에너지와 이동체를 가지고 미래 인류의 비전을 제시하며 빛을 발했고 삼성전자는 코로나로 대부분 경쟁기업의 불참에도 가장 많은 전시로 'CES 2022'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 CES 2022의 최대의 수혜자가 된 삼성전자 부스 >
'CES 2022'가 개최된 3일 동안 대기업이나 글로벌 가전기업보다 스타트업 유레카가 넘쳐나는 관람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뤄 스타트업 시대로 변화를 직감하게 했고 이중에서도 한국관의 열기는 마치 도떼기시장 같았다. 당연히 국내외 미디어는 놀라움과 찬사로 이어지고 우리 가슴도 뿌듯함이 가득했다. 인구가 5000만명밖에 되지 않는 국가가 참으로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K 바람이 불며 K뷰티, K뮤비, K드라마와 K팝에 이어 이제는 K스타트업이 'CES 2022'의 조연에서 주연이 됐다.
기업만은 아니다. 참관객도 언제나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들이 미국 다음으로 많이 온다. 지인의 이야기를 빌리면 앞서 비유한 "'CES 2022'는 한국의 코엑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게 실감 난다. 그런 것을 보면 한국 사람들은 대단히 용감하다. 코로나 환자가 하루 수십만 명 나오는 미국 땅에 자발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마도 한국 사람들이 유일할지도 모른다. 암흑과 같은 불확실성에도 무모할 정도로 저돌적인 도전정신과 행동이 어찌보면 오늘날의 우리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랑스럽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때 가장 경계해야 할 하나가 있다. 예외 없는 역사적 교훈은 가장 좋은 때가 가장 조심할 때라는 것이다. 이렇게 자존감과 자신감이 커지고 충만할 때 자만심으로의 변질이 바로 그것이다. 스웨덴 명문기업 발렌베리가문이 160여년 동안 부와 명예를 지켜 오늘날이 있는 이유는 그들의 철학인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가 있어서다. 우리는 5000년 동안 서두르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까지 존재했고 지속됐고 이제는 번성하며 어제보다 오늘이 나은 대한민국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CES 2022'에서 얻은 놀라운 평가는 이미 과거다. 더욱 창대한 미래는 자만과 자족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점일 뿐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국 모 교수가 "한국이 지금까지 이렇게 좋은 적은 없었다"고 표현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말은 맞다. 그러나 'CES 2022'에서 디지털 유목민으로서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애플은 CES나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는 나오지 않는 것처럼 우리 기업들도 세계 최고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