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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May 16. 2019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고, 기억과 역사의 불완전함

최근 '잘못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같은 주제의 글들을 몇 편 읽었다. 하나는 군함도 낙서 관련이다.


유명한 사진이다. 일제 말기, 군함도로 끌려간 조선인 광부들이 갱도 벽에 쓴 낙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하나의 '상식'처럼 되어서, 주요 언론 매체들 역시 군함도와 강제 징용 관련 기사를 다룰 때 이 사진을 첨부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스브스뉴스와 EBS 역사채널e가 이 사진을 활용해 군함도 콘텐츠를 만들었다. 언론 뿐 아니라 심지어 모 출판사 교과서에도 실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지금도 실려 있는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위 사진은 실재하는 장소를 찍은 게 아니다. 1965년 한일수교에 반대하기 위해 일본 조총련 산하 단체가 촬영한 <을사년의 매국노>(1965)라는 영화 속의 한 장면에 불과하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꽃'으로 인식되고 있는 무궁화가 알고 보면 한반도 역사 속에 사랑받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내용의 모 교수 칼럼이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사서를 통틀어 봐도 무궁화는 언급조차 되지 않으며, 단 한 번 있었던 구체적인 언급 사례에서도 무궁화는 부정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무궁화는 어쩌다가, 언제부터 삼천리 금수강산을 수놓게 되었느냐? 알고 보니 무궁화는 역사적으로 일본에서 사랑받던 꽃이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무궁화의 어떤 종은 일장기와 색이 꼭 닮아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 중 하나로 취급받고 있을 정도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꽃 무궁화'는 알고 보면 일제의 잔재일 수 있다는 동심파괴적 내용의 칼럼이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에이드리언은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라고 말한다. 기억이란 본디 정확할 수 없고, 그렇다면 기억의 뭉치인 문서 역시 불충분할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고 남는 건 특정 사건이 일어났으며, 그 사건의 경과가 사실이라는 확신 뿐이다. 


그렇게 보면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행위는 너무나 보편적인 양태이지 않을까? 어차피 역사란 객관적일 수도 없고 정확할 수도 없고 충분히 검증될 수도 없는 것이니까. 내가 믿고 싶은 측면을 주목하면 얼마든지 그에 해당하는 사실이 존재하기 마련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이런 태도를 비난하고, 이런 태도를 일삼는 자들을 깔보고 무시한다. 하지만 에이드리언의 말이 맞다면, 사실 역사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 모두가 매한가지인 셈이다.





p.s)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바로 책 제목이다. 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일까? 정작 책에서 언급되는 모든 예감은 나오는 족족 완전히 틀려버리는데 말이다. 찾아보니 원제는 <The sense of Ending>이더라...


p.s2) 왠진 모르겠는데 에이드리언을 이 분으로 대입해서 상상하며 읽음..

p.s3) 무궁화 관련은 사실 반박도 들어오고 막 그런 상황. 뉴스톱에 팩트체크 요청은 해 놨는데 실제 해줄 지는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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