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스터디의 '밥차 문화'를 마감하며-
매일 많은 직장인들이 하고 있는 고민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서울시 서초구 명달로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스마트스터디는 주변에 음식점이 많지가 않고, 구내식당은 점심에만 운영하기 때문에, 저녁식사는 더 고민이 되곤 했다.
스마트스터디에는 이런 고민을 날려주는 해결사가 있었으니..
이름하야 "밥차"다.
"밥차"님들은 저녁을 먹는 동료들을 위해 저녁메뉴를 취합하여 주문했고, 밥이 오면 결제를 하고 알려주었다. 각자 특정 서비스를 맡고 있는 개발자, PM으로서 본업이 따로 있지만, 자발적으로 해당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는 점에서, 동료들 모두 그들에게 감사해하며 편안하게 저녁 식사를 하곤 했다. 심지어 예비군 훈련을 가서도 평소처럼 주문을 받고, 원격에서 회사로 밥을 시켜주기도 했다.
'밥차'는 어느새 문화로 자리잡아 '3대 밥차'를 배출해 내었고, 2017년 5월 31일 그 막을 내리게 되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자원하여 진행되었던 우리만의 문화였기에 아쉬움이 남았고, 그런 만큼 잘 보존하고 싶어서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바야흐로 7년전, 당시 약 30여명이 근무하고 있던 때이다.
오후 6시가 되면, 어김없이 사무실에서 우렁차게 들리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럼 여기저기서 조용히 손만 든다.
목소리의 주인공인 1대 밥차, '밥차님'은 깔끔하게 숫자만 센다. 메뉴는 밥차님이 임의로 선정하고 숫자에 맞는 인분을 주문한다. 30분 정도 뒤에, 배달 음식이 도착하면 우리의 회의 테이블 구역인 '놀이터'에 음식을 차려두고 주문한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한다.
필자는 이러한 방식이 정말 스마트스터디다운 접근법이라 생각했다. 주문 철칙은 '메뉴는 누군가 알아서, 양은 부족하지 않게'. 저녁 식사 희망자가 10명 내외였기 때문에, 원하는 메뉴를 다 받으면 주문도 어렵고 1인분은 배달이 안될 수도 있고, 손 든 사람들도 밥차님의 주문 메뉴에 큰 불만이 없었던 것이다. 새로운 곳에서 시켰는데, 맛이 없거나 문제가 있었다면, 다음에는 그곳을 배제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주문처 검증을 해결하곤 했다.
*여기서 잠깐! 왜 1대 밥차의 이름은 별명도 '밥차'일까?
스마트스터디는 2013년 초, 공식적으로 사내에서 부르는 호칭을 '별명'+'님'으로 하기로 했는데, 저녁 주문 역할을 하고 있던 하*훈님은 자연스럽게 별명이 '밥차'님이 되었다고 한다. 1대 밥차이자 원조 밥차 인 셈.
Q.밥차를 하셨던 계기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요?
저는 아침잠이 많아서 점심때쯤 출근해서 새벽까지 일하곤 했습니다. 입사날 부터 제가 저녁밥 먹으려고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네요. 사실 처음에는 회사가 돈을 잘 못벌고 있어서(웃음) 피자시키기도 무서웠는데, 앱을 하나 출시하고 그 수익이 매일 피자 한 판 먹을 정도가 나와, 부담없이 피자를 시켰던 기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Q.밥차를 하시면서 가장 애정했던 밥집은?
밥을 단체 주문하는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이슈가 생기면 곤란해 집니다. 다른 메뉴가 오거나 빠뜨리고 주문이 온 경우, 결제에 오류가 있다거나 이물질이 들어간 경우 등이 그 예 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한번도 문제가 없었던, 스쿨*드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저녁을 자주 드시던 어떤 분은 '더 이상 스*푸드를 못먹겠어요' 라고 말하실 정도로 많이 시켰었습니다.
평소 본인이 팀에서 맡은 일은 물론, '스마트스터디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능동적으로 하곤했던 알파카님은 어느새 2대 밥차가 되어 있었다. 알파카님의 또다른 애칭은 "독스 요정"이었다. 스마트스터디는 구글앱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공유 폴더를 정리하거나, 문서들을 보기좋고 예쁘게 (CI에서 뽑은 색상이나 수식을 포함하여 템플릿을 만드는등) 정리하는 것이 그의 취미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2대 밥차를 맡고나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주문 시스템"이었다.
오후 6시가 되면, 전체 대화방에 이런 메세지가 올라왔다.
전체 인원수가 50명이 넘어가면서, 손을 든 사람의 숫자를 세고 임의로 시켜먹던 문화는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대신, 조용히 시트에 이름을 적었다. 해당 시트는 날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근처 배달음식점/메뉴 정보가 업데이트 되었고, 메뉴적는 칸도 생겼다. 메뉴에 대한 의견을 적는 칸도 있어서, 놀이의 장이 되기도 했다. 메뉴칸 덕에 개인별로 주문한 음식을 먹을 수가 있게 되었다. 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특정 음식점에서 10인분 이상을 시키기가 어려워 진 것도 한 몫했다. 또한 의외의 장점도 있었다. 처음에는 1개 팀이던 회사가 인원이 늘어나면서 5개 팀, 7개팀으로 나뉘어지며 일하게 되었는데, 저녁에는 밥차 문화덕에 한자리에서 팀이 아닌 같은 메뉴를 중심으로 한 곳에 모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게 되었다.
Q.밥차를 하셨던 소감은?
여러 메뉴를 개척해가는게 무척 즐거웠습니다~ 평소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사람들과도 만날 수 있던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어요.
Q.오늘이 마지막 밥차의 날이라면, 추천하는 밥집은?
'바르다. *선생'입니다. 건강한 밥을 주문해 주고 싶은 알파카의 마음을 담은 추천 메뉴입니다. 건강한 재료를 담아, 속 부담 없이, 참 맛있는 김밥과 만두. 크림치즈김밥과 갈비만두는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3대 밥차, 게임기획자 왈패님은 그림, 스토리, 기획에 능해 크리에이티브가 넘치는 타입이다. 3대 밥차의 매력은 바로, "주문 요청 멘트"였다.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의 멘트들는 오늘의 메뉴 보다도 더 기다려졌고, 가히 작품이라 할 정도의 글, 사진도 활용되었고, 이는 동료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전체 인원이 100명이 넘었던, 3대 밥차 시즌에서 신설된 규칙은 '5시 부터 주문 입력 & 6시 주문 마감. 메뉴는 3개 음식점 이내에서 선택' 이었다. 그리하여 수십명의 저녁주문이 착착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의 스마트한 밥차님들은, 인원이 늘어나면서 당시 상황에 맞는 방법을 계속해서 업데이트 해 나갔다.
Q.밥차를 하셨던 소감은?
1년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밥차 활동을 하면서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제 돈내고 시킨 것도 아닌데 괜히 막 흐뭇하고 그렇더라구요. 그리고 4층 구석에 박혀있던 저로서는 회사의 많은 분들을 기억할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Q.밥차를 하시면서 가장 추천하는 밥집은?
도*노피자 입니다. 제가 3대 밥차를 시작하고 가장 처음 주문 했던 메뉴라서 기억에 남네요. 그동안 주문금액만 무려 650만원에 달하는 베스트 메뉴이기도 합니다.
2017년 5월. 스마트스터디인 전체 구성원은 150여명을 넘어가고 있었다.
5월말 어느날 밤, 7여년을 자발적으로 이어온 소중한 우리 문화 '밥차'의 존폐를 놓고 심도있게 토론을 했다.
이제 한명의 밥차가 수십명을 대리하여 식사를 주문하기에는 서로 지켜야 하는 규칙도 많아지고, 동시에 먹기에도 어려움이 생겨났다. 반면, 그간 스마트스터디에는 각 팀마다 법인카드가 생겼고, 팀별로 원하는 때에 원하는 메뉴를 시켜먹는 문화도 생기기 시작했고, 밖에 나가서 드시는 분도 있었다. 1명의 밥차가 있는 것 보다는, 자체 해결이 더 자유도를 높이는 방안이라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 상황에 맞는 최적의 방안'을 선택했고, '밥차'는 5월 31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문화를 하루아침에 종료하기엔 아쉬워서, NPC팀에서는 밥차를 추억하기 위해 [역대 밥차와의 마지막 식사]를 기획했고, 밥차님들을 위한 서프라이즈로 [밥차들의 졸업식]을 준비했다.
# [역대 밥차와의 마지막 식사] 시트
2017년 5월 31일 저녁 6시, 역대 밥차님들의 활동 기간과 추천 품목, 그 이유가 적힌 시트를 공개했다. 이 날은 '먹퇴(먹고 바로 퇴근)'가 허용되어 야근과 관계없이 누구나 식사를 시킬 수 있었고, 밥차님들을 향한 훈훈한 인사말도 작성할 수 있었다. (밥차 종료 안내 메일에 대한 회신, 메신저 전체방에서도 감사의 인사가 넘쳐났다.)
# [밥차들의 졸업식]
각 밥차가 추천한 메뉴가 도착하고, 해당 메뉴를 시킨 사람들이 모이자, 깜짝 졸업식을 거행했다.
NPC팀 팬더님이 밥차님 마다의 개인화 메세지를 담은 상장을 제작하여 수여했다.
졸업식 상장 뿐 아니라, 명예 핀버튼도 제작했다. NPC팀 이지님이 손수 디자인하여 제작했고, 달아주었다.
# [밥차와의 마지막 식사]
이렇게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마지막 밥차와의 식사를 축제처럼 즐겁고, 훈훈하게 마무리 했다.
2011년~2017년 여름까지 스마트스터디와 함께 했던 분이라면 모두 기억할 만한, 우리의 역대 밥차님들의 주옥같은 고정 멘트를 다시한번 외쳐 보며 이 글을 마친다.
- 스마트스터디 NPC팀 팬더, 윙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