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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군 Jan 02. 2021

한국 나이, 미국 나이

멕시코인 남편 덕에 나이먹는거 데미지 1도 안받음

12월 31일 새벽 5시.

한국에 살고있는 친구한테 카톡이 와있었다.

아직도 "현명한 아내 만카" 이야기가 중2 교과서에 나오나?


중학교 2학년때, 15살에 만난 친구인데 얘도 나도 벌써 31살이라니!

지난 15년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


한국에서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한살이 된다. 엄마 뱃속에 있는 9-10달간을 올림 해서 한살로 쳐 주는 것 같다. 또 해가 바뀔때마다 전국민이 다같이 한살씩 먹는다.

한국에서 12월 말에 태어난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한살, 또 태어난지 몇 일 만에 두살이 된다.


미국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0살이다. 한국과 또 다른 점은 새 해가 밝아도 전국민이 다같이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가 한살씩 많아지는 날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데, 바로 자기 생일날 나이를 먹는 것이다.

미국에서 12월 말에 태어난 사람은 태어나면 0살, 그리고 그 다음해 자기 생일이 되어야 비로소 한살이 된다.

그래서 미국 초/중/고 학교에서는 같은 학년이어도 나이들이 제각각이다.


2008년 (한국 나이) 열 여덟 살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미국에 이민 오면서 (미국 나이) 열 여섯 살이 되었다. 이민을 5월달에 왔었는데, 아직 내 생일이 지나지 않았어서 한국 나이와 미국 나이가 2살 차이 난 것이다.


2020년 12월에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은 (한국 나이) 30살, 미국에 있는 나는 (미국 나이) 29살이었다.

2021년 1월 --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은 (한국 나이) 31살, 미국에 있는 나는 아직도 (미국 나이) 29살이다. 히히.


***


새 해를 맞아 남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피부관리 이야기가 나왔다. 둘째 출산 선물로 친구들이 이런 저런 선물을 보내주었는데, 그 중에 나를 위한 얼굴 팩들이 몇 있어서 남편에게 물어봤다.


: 오늘 저녁에 같이 얼굴 팩 할래? 좋은 팩들 몇개 있는데.

남편: (장난기 발동) 아니, 난 피부 좋아서 안해도 돼.

: 지금 좋을때 관리를 잘 해야지 나중에도 좋은 피부 유지가 되는건데! 30대 피부라 좋은거야.

남편: 지금 나 늙었다고 놀리는거지?

: 나도 30대인데 뭘.

남편: 너가 무슨 30대야 아직 29살이면서.

: 나 한국 나이로 오늘 31살 되었는데? 그리고 넌 한국나이로 35살이야.

남편: 나 35살 아닌데.

: 한국인 부인 있으니까 한국 나이로 세면 그렇다는거지 (메롱)

남편: 그래? 그래도 넌 29살이야 왜냐면 멕시코인 남편 있으니까.

: (빵터짐) 그거 말 되네. 고마워... ㅎㅎㅎ


대충 원래 대화

: Do you want to do some face mask with me later tonight? I have some good ones.

남편: (Totally kidding) No, thanks. I don't need them because I already have good skin.

: And that's why you need them tonight. To maintain the good skin while you are in your 30's.

남편: Are you saying I'm old?

: You and I are both in our 30's.

남편: You are not in 30's. You are 29.

: I just turned 31 today per Korean age. And you'd be 35 in Korean age.

남편: I'm not 35.

: You have a Korean wife so the Korean age applies to you, too.

남편: Yeah? But you are still 29 because you have Mexican husband.

: (Laughing out loud) That's good one. Thanks.


방금 남편이 지나가면서 뭐하냐고 물어봐서 한국 나이 미국 나이 관련 해서 브런치 글 쓰고 있다고 하니 눈을 굴리며 가던길 마저 가신다. ㅎㅎ

미국나이로 남편 처음 만났을때 나는 19살이었는데. 벌써 10년을 같이 지내왔지만 지나간 시간이 너무도 짧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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