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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군 May 28. 2021

보통 날

머리 쥐어뜯을 시간도 없이 바쁜 날들

작년 11월에 둘째 낳고, 3개월 쬐끔 넘게 육아휴가 받다가 2월 중순쯤 복직.

여차저차 아이 돌봐주시는 보모 없이, 세찬이나 세진이 유치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재택근무 하면서 애들 돌보면서 지낸지 3개월이 훌쩍 지났다.


학생일때부터 시댁에 살고 있던지라 남편네 가족들이 다 계신데 (그래서 나 학교 다닐땐 시어머니가 세찬이를 다 키워주셨었고..), 일 하는 중간중간 미팅 있거나 그러면 남편 동생이 애들을 맡아 봐 주기도 한다.

그럼 난 고맙다고 한시간에 $10불씩 쳐서 용돈 쬐끔 주고.. (최저임금도 안되는것... ㅎㅎ)


가끔씩 1시간 거리에 사는 내 동생이 와서 애들을 봐줄 때도 있는데 그런 날이면 세찬이는 이모온다고 그 전날 밤 부터 좋아라 하고 설레여한다 (이모가 좀 격하게 잘 놀아주기는

하지?).

동생이 왔다가는 날이면 카톡으로 애들 어땠는지 후기를 들려주는데 뭔가 선생님 상담받는 학부모 마음 마냥 궁금하고 설레는 후기를 들려줄때가 종종 있다.


뭐 이런거?


남편이 일 안나가고 집에 있는 날이면 완전 내 세상, 100% 일에 집중 할수 있는 짱 좋은 날인데 (이런 날이면 저녁마다 난 참 행복하다고 남편에게 주절주절.. 내 일 재밌고 좋다고 주절주절..)

남편이 일 나가고 내가 애들 보면서 일 해야 할때는 하루종일 이건 뭐 일을 하는것도 아니고 애들을 보는것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거같은 그런 날이다.


이번주 월-목요일 내내 남편이 일이 많았고, 또 집에 늦게 들어왔고, 그래서 내 스스로 일때문에 압박을 많이 받았었다. (아침 10시에 외부 사람들과 미팅이 있었는데 남편 동생이 늦잠을 자고 있었다던지...)


남편이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하루종일 못다했던 자잘한 일들 싹 두세시간에 걸쳐서 마무리 하고, 1층으로 내려오고 보니 저녁 7시였다.

가족들은 판다익스프레스 (중국식 밥 & 고기 패스트푸드) 시켜서 저녁 먹은지 오래였고 내 밥도 시켜놓았었다.

오늘 하루종일 아침부터 밀린 설거지를 시아버지가 하고계셨고 (!) 세진이는 밥상에 앉아서 이유식 먹다가 내려오는 나를 보고서 소리를 꺅꺅 (꽥꽥?) 질렀다.

난 시야가 흐리다고 남편에게 투덜거리며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재택근무 — 다 좋은데 눈 건강이 조금 걱정이다.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거의 10-11시간을 모니터 앞에 앉아있으니 ㅠㅠ)


***


이렇게 정신 없이 일하느라 주중에 바쁜 와중에도, 애들 소아과 정기 검진 가야하는 날 등은 미리 스케쥴을 빼놓기도 한다.

세찬이랑 세진이 나이는 딱 3.5년 차이인데 그래서 지난주랑 이번주에 세찬이 4살 검진, 세진이 6개월 검진이 있었다.


세찬이 검진 날에는 남편도 일이 없는 날이어서 네 가족이 우르르 다 같이 소아과 다녀왔고,

세진이 검진 날에는 나 혼자 애들 둘 데리고 다녀왔다.


평소에 애들 발달 상황에 관한 질문 등을 생각나는데로 폰에 적어뒀다가 검진날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보는데,

세찬이 관한 질문 중 하나가 “얘가 잘때마다 개구리다리로 자는데 괜찮은건가요?” 였다.

의사선생님은 애가 평소에 골반 통증이 있지 않다면 괜찮다고 하셨다.


몇일 후 세찬이가 밤에 잠 들려고 하면서 나한테 대뜸

물었다.

내가 개구리다리 해서 엄마가 걱정되어요?”

이녀석, 아닌척 하면서 다 듣고있었구나! 새삼 놀라웠다.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이랑 엄마랑 하는 말을 조용히 다 듣고 있다가, 그걸 기억 하고 몇일 뒤 밤에 다시 물어보다니.


***


뭔가 내 일기를 쓴다고 시작한 글인데 어째 애들 이야기만 가득한 것 같다.

근데 두 아이 엄마가 되고 보니 내 일상이 그냥 애들 일상이고, 기쁜 것 놀라운 것 등 모든 감정이 다 아이들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기 쉬운 것 같다.


요즘 일복이 너!무!나! 넘쳐서 일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하루종일 8-10시간씩 일 하고 나서 잠자리 들기 전 쓰는 브런치까지 또 일 얘기 하기는 쬐끔 억울한 거 같아서 일단 두고보는 중이다.

하지만 곧 조만간 일 얘기 잔뜩 업데이트 해볼 예정...

아, 하나도 안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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