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서 퍈지가 왔습니다,

작별일ㄱ ㅣ

by 손균관

울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엄마의 건강보험 환급금이 나왔는데, 신청서를 작성해 건강보험공단에서 수령해가라고 합니다.

오빠나 코앞에 사는 동생과도 연락을 안 한 지 꽤 되었는데, 환급금을 수령하려면 각자의 동의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주민센터에서 가족관계증명서도 발급받아야 하고요.


형편이 어려운 오빠에게 그 돈을 다 몰아주기로 하고, 동생과 나는 서류를 작성해서 공단에 제출합니다.

이참에 엄마 납골당에도 가고, 오빠 얼굴도 보고, 돈도 전해줄 겸 일정을 잡습니다.

청주에서 김해 납골당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 기차 시간은 하루 종일이 걸립니다.

제부가 운전을 해주기로 합니다. 참 다행입니다.


그러니까 엄마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다시 3남매가 모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오빠의 모습은 형편없습니다. 머리는 벗어지고, 알레르기로 염색도 못한 흰머리에, 비쩍 마른(47킬로라니..) 오빠의 모습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게다가 일하다 다쳤다며 손에 압박붕대를 감고 나와서 사람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그래도 동생들 맛있는 거 사준다며 김해에서 유명한 한정식집에 데리고 갔는데, 입맛에는 영 맞지 않았고, 오빠는 밥은 손도 안 대고 소주만 연신 마셔댑니다.아이고..

밥값은 엄마의 돈에서 계산합니다.


4년 만에 가 본 납골당은 뭐 여전합니다. 슬프지도 애잔하지도 않습니다.

엄마의 유골함 앞에서 같이 사진을 찍습니다. 또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동생은 밤새 장만한 밑반찬을 오빠에게 건넵니다. 언니인 나보다 훨씬 낫습니다.

오빠는 없는 살림에 조카들 주라고 용돈을 슬며시 내밉니다. 오빠의 마음이 전해서 짠합니다.


집에 도착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건 엄마가 하늘에서 보낸 편지와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영 남처럼 살고 있는 우리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던 엄마의 신호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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