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코르푸섬
그리스의 코르푸는 정말로 작고 아기자기한 섬이다.
걸어서 한두 시간 만에 섬의 대부분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올드타운의 오래된 멋진 건물과 상점거리를 구경하다 바다가 보이는 공원 쪽으로 갔을 때 코르푸의 진정한 명물을 만날 수 있었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공원의 나무 아래 고양이 두 마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바다와 나무와 고양이는 미리 짜 맞춘 구도처럼 한 폭의 그림이었다. 고양이들은 그리스의 고양이답게 인간의 출현에는 무심한 채 느긋하고 우아하게 털 손질 중이었다. 그리스에는 고양이가 정말로 많다. 물론 개도 많은데, 커다란 개들이 번화가 한 복판에서 아주 편하게 누워 자는 장면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고양이도 어딜 가나 볼 수 있는데, 인간을 전혀 경계하거나 두려워하지도 않고 당당하게 다가와 먹이를 청한다. 나는 가방에 햄 조각을 들고 다니다가 고양이가 보이면 주곤 했는데, 귀여운 새끼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 때도 있었고, 다 큰 고양이들이 서로를 내쫓으며 살벌하게 받아먹은 적도 있다. 인간이 캔 따개라는 인식밖에는 없는 듯한 천진난만한 그리스의 고양이들을 볼 때마다 조국의 길고양이들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그리스의 고양이들은 사람의 발길에 차여보거나 위혐당해본 적이 있을까? 그런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사람을 경계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스의 고양이들을 보고 그리스를 진정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고양이가 인간에게 겁먹지 않는 곳이라면 약한 자를 괴롭히는 일도 드물게 일어나는 따뜻한 사회임은 분명하지 않은가.
나는 다시 태어나면 그리스의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
바다가 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서 그리스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인간에게 맛있는 먹이를 뻔뻔하게 요구하며
한 평생 느긋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