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아이와 아버지

스페인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by MIA

그 아버지는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기어 다니는 막내부터 제법 큰 맏이까지 총 다섯 명의 아이를 데리고 혼자서 기차를 탈 때부터 '육아의 신' 포스가 강하게 풍겼다. 자리를 잡고 앉은 아이들은 번갈아 가며 쉴 새 없이 "아빠'를 불렀고 참새처럼 조잘거렸다. 아이들이 입을 뗄 떼마다 아버지는 인내심 있게 "쉿! 목소리를 낮춰라" "쉿! 조용히 해야지." 라며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다. (사실 스페인 언지 불어로 이야기해서 알아듣진 못 했지만 분위기상 그런 말이었던 듯) 놀라운 점은 매번 아이들이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이라고 말하면서도 짜증을 내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는 것.


정말 놀라운 장면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그림책과 색칠공부 책을 하나씩 쥐어 준 아버지는, 아이들이 책에 집중하는 걸 확인 한 뒤, 자신도 소설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다섯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소설을 읽을 여유가 있다니!


그렇게 다섯 아이들과 아버지는 평화로운 여행을 했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 등 어떤 기계도 동원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덧,

최근 기차나 지하철을 타고 갈 때 일곱 살도 안 돼 보이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스스럼없이 "여기 와이파이 돼?"라고 묻는 장면을 몇 번 목격했는데, 소름이 돋았다. 내가 아직 아이를 안 낳아봐서 이해를 못 하는 걸까. 하지만 그 조그만 입술에서 '와이파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건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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