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 장삼을 걸친 스님들의 탁발 행렬이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시작된다.
루앙프라방 하루의 시작은 새들의 노랫소리도 주황빛 일출도 시장의 분주함도 아닌 새벽의 어둠을 뚫고 햇살처럼 걸어 나오는 주황 장삼을 걸친 스님들의 탁발 행렬로 시작된다.
루앙 프라방은 호이안과 같이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는 불상의 도시로 번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아늑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프라방은 불상을 뜻한다)
호이안은 옛 무역항으로 반짝이고 아름다운 밤과 역동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면 루앙프라방은 고즈 막한 여유로움 속의 단단함이 있는 평화로운 장소이다. 관광객마저 느리고 여유롭게 만들어버리는 게 이 도시의 면모이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분명 여행객 같은 외국인들도 관광을 위한 서두름이나 들뜬 모습이 아니라 마치 루앙프라방의 주민 같은 느낌으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서로의 두 눈을 마주 보며 미소 짓고 있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400km 북쪽에 있다 . 칸강과 메콩강이 합류하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있는 자연친화적인 마을이며 이곳의 인구는 약 60,000명인 작은 도시이다.
하지만 버스뿐만이 아니라 국제공항도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비엔티안으로 들어와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 나는 하노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루앙프라방으로 향했다.
수도인 비엔타인은 서울 또는 부산에서도 직항을 찾을 수 있지만 루앙프라방은 비엔타인 또는 쿠알라룸푸르 하노이 방콕 또는 시앱립 등의 주변 동남아에서 거쳐야 갈 수 있다.
물론 비엔티엔에서의 8시간 정도의 시간으로 버스도 이용이 가능하다. 맑은 구름과 루앙프라방을 닮은 작은 공항이 날 맞이하고 있었다.
5월부터 시작해 9월까지 비가 많이 내리고 23도에서 37도가량의 온도의 열대기후이다.
그중 3월부터 6월까지가 가장 더우니 여행하기는 9월부터 3월 사이가 가장 좋은 듯하다.
불상의 도시라는 이름 그대로 길을 걷다 보면 사원이란 뜻의 왓트로 시작되는 수십 개의 사원과 마주친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빌려서 타고 다니며 동네를 돌아봐도 좋고 더운 시간만 피한다면 걸어 다니며 이리저리 루앙프라방이란 도시의 호기심을 풀어봐도 좋다.
Sisavangvong Road 길을 걷다 보면 라오스 최초의 통일 왕조, 란상 (Lan Xang) 왕조의 왕궁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국립박물관으로 바뀌었지만 이곳에서 옛 왕조의 모습도 볼 수가 있다.
(민소매와 짧은 바지는 출입이 불가하다. 입장료가 있어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로 인한 프랑스식 건물들과 전통 라오스 건물이 어울려 다양한 음식점과 카페 거리도 줄지어 있다. 이 모습도 분주하지 않다.
메콩강의 큰 강줄기 앞에서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뛰어노는 아이들과 보는 것만으로도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도시와는 다른 느낌의 보물 같은 도시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이다.
강과 아름다운 상점들과 사찰들이 뒤섞여 깨끗하고 강한 도시가 되었다.
길을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인 이도시를 소개한다.
Haw Pha Bang + Royal Palace Museum
아름다운 꽃향이 가득해 걷던 길을 멈추고 돌아본 이곳은 라오스의 lan Xang 왕조가 머물던 곳이었다.
Haw Pha Bang 사원과 국립박물관 이 두 곳을 가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구매해야 하며 국립 박물관은 민소매나 짧은 바지는 출입이 불가하다. 입장료는 1인당 30,000킵 약 4200원 정도이며 8시~11시 30분 1시 30~오후 4시까지 운영을 한다.
국립박물관 옆에 있는 아름답고 화려한 Haw Pha Bang 사원은 오래전 일 것 같은 느낌과는 다른 완공일은 2006년도이다.
역사적인 의미보다는 Phra Bang Buddha 프라방부다 상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사원이다.
Phra Bang Buddha 프라방 부다상은 1-9세기 사이에 현 스리랑카 지역에서 만들어져 lan Xang 왕조의 최초의 왕에게 에게 선물된 부다상으로 라오스 인들에게 가장 신성시되는 불상 중 하나라고 한다.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옛 왕조의 왕궁이 나온다.
물품보관소에서 모든 물건을 맡기고 들어가야 하며 신발을 벗고 긴팔,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 (대여가 가능하다) 실내 촬영은 불가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옛 왕실 물품과 해외 각국에서 선물 받은 물건들이 전시되어있다.
또한 프라방 상이 현재는 국립 박물관 안에 전시되어 있으니 놓치지 않아야 할 부분 중 하나이다.
야외에는 왕실 차량들과 마지막 왕의 동상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 또한 완공일이 1904년으로 오래되지 않았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이었어서 프랑스와 라오스의 건축양식이 조합된 왕궁이다. 흥미로웠던 건 라오스 왕실의 상징인 머리 3개의 코끼리 상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루앙프라방의 대표 불교 사원
Wat Mai Suwannaphumaham
왓마이라 불리는 이 불교사원은 18세기에 지어져 루앙프랑방에서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사원중 하나이다. 작은 사원들은 입장료가 없지만 몇몇 사원들은 10.000 킷에서 20.000 킷 정도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입장료를 내지 않고 밖에서만 볼까 했지만 루앙프라방에 들어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사원이기에 입장료를 내고 안까지 들어가 보았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봤던 금빛 불상의 위엄도 위엄이지만 사원 바깥쪽의 화려한 장식에 놀라웠다.
Wat Xieng Thong
1560년 완공된 왓시엥통 사원도 라오스의 주요 사원중 하나로 루앙프라방에서도 가장 큰 사원이다.
왓 마이와 같이 금빛으로 화려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금빛 문에는 부처임의 삶이 묘사되어있다. 한때는 왕궁의 사원을 쓰여 장례식 즉위식을 하는 장소이기도해 운구차가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아름다운 정원 이외에도 20개가량의 사원이 있어 볼거리가 가득하다.
반할 수밖에 없던 일출
푸시산 phusi mountin
아침 탁발 행렬을 본 후 일출을 보기 위해 푸시산으로 향했다. 푸시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입구는 두 군대가 있다. 그중 국립박물관 건너편 계단 입구에서 20.000 킷의 입장료를 내고 3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갔다.
푸시산 정산에서는 루앙프라방이 한눈에 들어온다니 기대하며 올라본다.
올라가는 길 참새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를 마주쳤는데 도대체 참새를 왜 팔고 있는지 호기심에 살짝 알아보았더니 갇혀 있는 참새를 풀어주며 복을 기리기도 한다고 한다.
푸시산 정상에는 많은 여행객으로 붐볐다. 사실 소문으로는 일몰시간에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해 살짝 걱정했지만 일출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진 않았다.
잊을 수 없는 장면중 하나가 되었다.
구름과 도시에 스며들기 시작하는 빛이 너무 아름다워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르다 멈췄다.
절대 이 광경은 사진으로 담을 수가 없다고 뒤늦게 알아챘다 그리고는 내 두 눈 가득 이 장면을 담아냈다.
푸시산 정상에는 1804년 완공된 That Cham Phusi 타트 촘 푸시라는 사원이 있다. 불상을 한가로이 거니는 고양이가 인상적이었다.
꽝시 폭포
여행객들의 필수코스 중 한 곳인 꽝시 폭포이다. 루앙프라방에서 30km 정도를 가면 있는 조금은 먼 곳이지만 가보지 않을 수 없다. 25.000킵의 입장료를 내고 트레킹 코스로 오르다 보면 물이 고여있는 곳마다 수영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11월부터 5월까지는 청초한 에메랄드빛 물을 볼 수 있다
석회물질이 만들어내는 카르스트 지형의 전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물이 떨어져 흐르는 부분은 용해되어 천연 수영장 또는 목욕탕 같은 모습을 만들어 한국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지형과 물빛을 띄고 있다.
산 꼭대기에 있는 꽝시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30미터가량 등산을 해야 한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두 군대가 있는데 한 곳으로 올라가 반대편으로 내려오면 된다.
초입에 있는 탈의장에서 미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살짝 옷을 걸치고 꽝시 폭포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가파른 길을 오르는 게 잠시 숨이 부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등산이라 기분 좋게 올랐다.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내 입에서 나오는 숨소리를 들으며 오르다 보니 비단 머릿결 같은 꽝시 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루앙프라방의 또 다른 진가가 이곳에서 나타난다.
폭포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수영을 하기 좋은 장소가 나타난다.
물에 살짝 발을 담갔더니 발끝을 통해 온몸으로 냉기가 전해졌다. 도대체 이 더운 날씨에도 꿋꿋이 차가운 물이라니 짧은 트레킹과 라오스의 더위에 후끈 거리는 내 몸의 온도를 낮췄다.
꽝시 폭포 앞에서는 수영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저 폭포가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물소리를 듣는 것도 좋았다.
Tad Sea Waterfall
이 곳을 보고 나서 아름다움에 반했고 그렇다면 이름난 꽝시 폭포는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기대하게 만들었던 곳 그리고 실제로 꽝시 폭포보다 더 좋았던 곳이다.
하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곳이다. 사실 이곳은 7월부터 2월 사이 가야 좋은 곳이다. 또 너무 비가 올 땐 물이 흐릴 수도 있으니 좋은 시기에 가야 아름다움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루앙프라방에서 30분 정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니 주차장과 조그만 집에 주민들이 모여있다.
이 폭포를 가기 위해서는 7분 정도 배를 타고 가야 하며 왕복 10.000킵정도가 들어간다.
입장료는 15.000 킵 정도 더 내야 하지만 에메랄드 빛 물과 아름다운 천연 수영장을 보면 정말 가치 있는 곳이다. 8시부터 5시까지가 운영시간이니 시간을 잘 맞추어 가야 한다. 코끼리 트레킹이나 짚 레일 등도 즐길 수 있다.
꽝시 폭포 같은 크고 아름다운 폭포는 없었지만 지형은 더 아름답고 걷기도 좋고 넓었다 수영하기 이렇게 좋은 환경이 있을까 했다.
야시장
루앙프라방의 저녁이 찾아오며 길거리는 활기로 가득 찬다.
주변의 소수민족들이 만들어온 수공예품들과 옷과 가방 저렴한 액세서리들로 주머니는 가벼워지고 양손은 무거워진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건 야시장의 먹거리이다.
먹자마자 반해버린 코코넛 팬케익과 15.000킵을 내면 내어주는 한 접시에 마음껏 음식을 담아도 되는 뷔페식 음식들 그리고 비비큐는 하루 종일 루앙프라방의 거리를 걷느라 줄어든 내 배를 줄지어 채워준다.
물론 동남아의 맛있는 과일들로 만든 주스도 곁들어 준다.
루앙프라방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숙소를 많이 찾을 수 있다.
특히나 루앙프라방을 닮은 자연 친화적인 숙소들이 가득 있어 한번쯤 이런 곳에서의 숙박도 힐링을 더 해주는 것 같다. 미리 호텔에 연락해둔다면 공항까지의 픽업도 가능하다.
Bar. 유토피아
루앙프라방은 펍이 많이 없다. 통금시간이 있다는 말도 있었다 외국인인 우린 통금이 필요 없기에 주변에 있는 펍을 찾아봤다 .
메인 스트릿은 조용했고 금방 문을 닫아버렸다 하지만 조금 골목으로 들어가면 유토피아라는 곳이 있다.
들어가서 보이는 조용한 강줄기가 루앙프랑방의 고즈막함을 이루고있었지만 이곳의 자유로움 또한 한껏 느껴졌다.
도시가 나를 안고 작은 상처 하나하나 보듬어 주는듯한 기분이다.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져 있고 이 시골 도시에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성숙함이 가득한 곳이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인들의 정신적 지주 같은 도시라고도 한다.
지친 일상을 떠나보내는 휴가는 이런 곳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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