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사이 Oct 08. 2017

대련(大连) 여행(2017. 10)

작년 여름, 중국 대련에 거주하는 친지 덕분에 체리 농장도 체험해보고, 근 일 년이 지나 가족과 다시 찾은 대련(大连).


출발하는 날, 한국엔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렸지만

대련엔 비 대신 가을 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불었다.


이번 여행의 첫번째 목적지는 대련 금사탄(金沙滩)바닷가.

친지분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유명한 중국 영화 촬영지였다고.


하늘은 청명하고 해변가는 무척이나 한산하다. 

여름 성수기엔 물놀이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겠지만.

해변 한쪽엔 이렇게 이국적인 휴양지 풍경(영화 촬영을 위한 셋트장이 그대로 남아있어서)인 반면,


다른 한쪽은 정말 그냥 바닷가다. 우리나라 서해 같기도 한.

원래의 계획은 이 곳에서 나룻배를 타고 아이와 함께 바다 낚시를 하기로 했는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아이가 배를 탈 수 없게 됐다.


아쉬워하는 아이와 함께 꽃게를 잡는 망을 내리고,

갯벌에 내려가 작은 생물들을 직접 만져보고 찾아보는 걸로 대신했다.

 

이 곳의 화장실(위 사진 오른쪽 파란색)은 재래식 개방형이다. 바닥이 기다란 널빤지로 가운데는 뻥 뚫어놨다. 자칫 발을 헛디뎠다가는 발이 쑥 빠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들어 머뭇대다 생리적인 현상을 참지 못하고 결국 사용했다.

작은 거든 큰 거든, 배설물은 뚫린 구멍 아래 바위 절벽으로 직하한다. 선뜻 들어가기가 으스스하고(화장실 문 앞엔 창살에 갖힌 커다란 검은색 개가 왕왕 짖고 있었다!) 외관상 냄새가 엄청 심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화장실 안엔 냄새가 덜했다. 천장쪽과 아래쪽이 휑하니 뚫려서 거센 바닷바람에 역한 냄새가 다 실려가버리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시원은 하다.


점심은 바닷가 식당에서 전어구이와 작은 꽃게찜, 조개찜.

해산물을 워낙 좋아하지만 얼마 전, 한국에서 전어회와 꽃게찜을 먹고 크게 탈이 난 바람에 조금밖에 먹지 못했다.


대신, 저녁엔 훠궈 맛집에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다.

이 구역 맛집은 나야 나~ (홀에 손님들이 꽉 찼던 '산성훠궈')

각종 소스류. 친절하게 한국어로도 소스 명칭을 적어놨지만 번역이 너무 웃겼던.


한국은 테이블 위에 냄비를 얹는 식이지만 중국은 샤브샤브 냄비가 대개 테이블 밑으로 쑥 들어가 있다.

주메뉴인 고기보다 더 많이 먹었던 과일 '미니사과배'. 사과같은 모양의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배다. 하루이틀 지나 먹으면 더 단맛이 난다.

헬로키티 얼굴 모양의 푸딩도 귀엽다.


다음 날은 아침 일찍 '대련삼림동물원'(大连森林动物园).

키 130센티 이하 어린이는 무료. 고령자도 할인 또는 무료. 성인 요금은 중국돈으로 120원.

대륙 스케일답게 크긴 크다. 더운 여름이었다면 걸어서 한 바퀴 다 못 돌았을 하지만, 아침 9시쯤 가서 오후 3시 정도까지 부지런히 걸어서 꽤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었다.

(동물원 운영 시간 8:30~16:00)


투명한 유리창 넘어 넓게 조성된 숲 곳곳에 사자와 호랑이들이 야성미 넘치는 맹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무료하게 누워있거나 잠을 청하고 있다. 

'오늘도 고단한 하루가 시작되겠군.'

사자랑 호랑이들이 왠지 이렇게 중얼거릴 것만 같다.


인기쟁이 팬더.

너도나도 보겠다는 수많은 사람들 틈에 간신히 마주한 팬더와 귀여운 래서팬더. 안녕?


사진에 다 담진 못했지만 삼림동물원에는 원숭이 종류도 엄청 많았다.

사람들이 동물 구경하러 온 곳이지만, 어쩔 땐 저들이 우리를 관찰하는 것 같다.


여러 아프리카 동물들과 호주 캥거루. 귀찮은 듯 누워있는 캥거루 중 한 마리만 일어나서 두리번두리번.


무리지어 헤엄치는 펭귄들과 대조적으로 혼자 좁은 수족관을 왔다갔다 배회하던 북극곰 한 마리.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동물들을 볼 때마다 짠하다.


그 외 각종 조류와 초식동물들, 모형 공룡 공원, 코끼리 쇼 등이 있었던 삼림동물원.

동물원 내에 일부 지역별로 순회하던 미니 열차도 있었지만 이용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 다녔다.

산 위로 보이는 케이블카는 타볼까 했는데 이 날은 운행하고 있지 않았다.


동물원 관람을 마치고 내내 걷느라 고생한 다리의 피로도 풀겸 숙소 근처에서 저렴하게 발마사지를 받고,

중국 내에서 유명한 '완다 백화점'으로 향했다.

이곳에 아이가 좋아하는 VR게임장이 있다고 하여.

이렇게 각 방에 덜렁 모니터 한 대와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헬멧, 두 손에 쥐는 스틱이 전부인 개방형 룸이 세 개 있다.

VR 이용 요금 : 30분에 우리나라 돈으로 5천원 정도.

한국에서 이미 롤러코스터 외 몇 개를 체험해 본 아이는 스키, 달 표면 날기, 킥복싱 등 이것저것 신나게 즐긴다.

난 몇 분 만 해도 어질어질 하던데.


두 시간 가량 체험 후 저녁 식사는 완다백화점 내 식당 '춘빙'

(春饼)에서.

밀가루를 반죽해 얇게 편 하얀 전병에 북경오리를 비롯한 주문한 요리를 넣고 장을 발라 돌돌 말아 먹으면 된다.

어떤 음식에서는 중국향이 많이 나지만 대체로 맛있게 싸 먹어서 만족.


짧은 일정을 마치고 귀국날 점심은 물만두 체인점 '희가덕'

(喜家德)에서.


메뉴판이 간단하다.

돼지고기장조림 비슷한 맛의 볶음밥은 아들이 엄청 맛있게 먹어주었다.

함께 주문한 부추 든 물만두는 맛있었지만,

고기 든 만두는 입맛에 다소 안 맞았다.

탄산음료가 마시고 싶었는데 메뉴에 없다.

아이는 딸기쉐이크를 시켜줬는데 끝까지 다 마신거보니 맛있었나보다.


3박4일의 일정이 끝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으려보니 하늘이 무척이나 맑아 돌아가는 발걸음이 못내 아쉬웠다.


기내에서 읽은 책은 김민준 작가님의 《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곱씹게 되는 공감가는 구절이 많다.


비행 시간이 짧다보니 기내식은 빵이다.

어린이 기내식(위 사진)은 괜찮은데 어른용 빵은 좀 퍽퍽하다.


대련 까르푸에서 아이 주려고 산 킨더조이 초콜릿에 들어있던 장난감, 원더우먼 하나 건졌다. 짜리몽땅 귀엽게 생겼는데 목이 360도 회전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다. 가족과 함께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자.


'살아가는 일은 간간히 권태롭고 가끔씩은 의미없다가

문득 간절해지는 것.'

- 김민준, 《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매거진의 이전글 배추꽃이 피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