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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Oct 24. 2017

곪다


너 때문이야!

너만 없었어도..

사방에서 손가락질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때 내가 거기에 안 갔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까.

그때 내가 그 말만은 안했더라면 관계를 되돌릴 수 있었을까.

내 뒤에서 저마다 나를 욕하며 수군대고 있는 것만 같아.

내 몸엔 무슨 망하게 하는 귀신이라도 씌인걸까.

내가 꼈다 하면 잘나가던 일도 꼭 틀어지고 만다.


망상에 시달리다 혼자 남겨지다.




살다보면 예기치 못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떤 경우, 일이 터지기 전에 전조(前兆)가 있었을테지만 그걸 간과하면 여지없이 큰 사건으로 들이닥친다. 그리고 그 땐 이미 돌이키기 쉽지 않다.


한 두 번 겪는 일도 아닌데, 이보다 더 끔찍한 일도 있을텐데..애써 초연해지자 다짐해보지만

사건 또는 사고가 연속으로 또는 한꺼번에 정신 못차리게 들이닥칠 땐 여지없이 허우적대며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다.


이럴 때면 내 안 어딘가에 은둔해있다 기다렸다는 듯

툭 튀어나오는 녀석이 있다. 나를 아주 못난이로 만드는.

꼭 내 탓인 것만 같고 내가 속해서 그런 것 같고 내가 잘못해서 꼬인거 같고..그런 생각들이 삽질을 하며 깊은 우물을 판다.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모두 내 잘못이야'라는 말로 치부하며 혼자 착한 척 하고 있는 내가 때로는 역겹기도 하다. 아니다. 되돌릴 수 없는 지난 일을 자책하며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고만 있을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꽉 막혀있는 생각을 분명 뚫을 수 있는 돌파구가 있을 거다. 곪아터진 부분이 있다면 내버려두지 말고 약도 발라주고 호호 불어주자. 다만 더 긁어부스럼 만들지 않도록 주의하면서..내 상처든 남의 상처든 똑같은 곳에 또 상처내는 어리석음을 범하진 말아야지. 혼자였다가 다시 함께일 순간이 오는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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