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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Apr 10. 2018

적신호와 휴지기

ㅡ 멈추어야 할 때, 나아가야 할 때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어도 머릿속은 온갖 고민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또는 당장일 수도 조금 멀 수도 있는 나와 내 주변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 고민의 대부분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임에도.

요즘의 나는, 그토록 좋아하던 책에 미친듯이 파고들지도 밤새 글을 쓰지도 않고 있다.

잠시 멈춤. 이대로 영영 이 되어서는 안되니까.


 따라해보는 실험 하나

이틀 전 야심한 시각,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WHO AM I' 인문학 강연을 보게 됐다. 거의 끝나가는 15분 가량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약 5년 전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강연이었다.)


그는 객석을 꽉 메운 독자들에게 간단한 실험을 하나 제안한다. 진정한 현재에 우리 생각이 머물러 있을 때가 별로 없기에  '현재를 온전히 살아보는' 취지의.


그가 지시한 대로 먼저 등을 꼿꼿하게 세운다. 의자에 앉아 있다면 서 있다고 생각하고 등받이에 등을 붙여 곧은 자세를 취한다.  신경들이 눌리지 않고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다리를 꼬고 있다면 꼬인 다리도 풀고.


다음으로 머리를 카메라라고 생각하고 정중앙에 둔다. 최대한 움직이지 말고 카메라로 보는 것처럼 시야라는 프레임에 보이는 대로 편안하게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촬영한다.


그리고 편안하게 지그시 눈을 감고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여 들어본다. 본인 숨소리, 옆사람 숨소리도 들릴 만큼.


그 다음으로 피부와 닿아있는 모든 것을 하나씩 느껴보자.


(TV 화면에 비친 객석이 고요하다. 베르나르 베르나르는 객석을 향해 자신의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정적의 순간을 담는다.)


이제 눈을 뜨고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에 집중하고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을 동시에 느껴본다. 20초 동안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현재 그 순간을 온전히 느껴보도록.

별 거 아니지만 잠시동안 실천해봄으로 마음이 한결 평온해지고 차분해진다.


그의 말처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동요나 화를 유발하는 것들로부터 단절되어 오롯이 휴식의 순간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삶의 긍정 에너지를 충전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드라마 하나의 樂

금, 토요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드라마를 만났다.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두 배우 손예진ㆍ정해인 주연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절로 ! 외마디 비명이 터져나오는 순간이 있다. 너무 좋아서..너무 달달해서..내가 다 설레서..

<시카고 타자기>, <고백부부>에 이어 방송을 보며 실시간 토크까지 참여할 정도로 본방 사수하는 애청자가 됐다.

대사와 동작 하나하나에 초집중하느라 이어폰까지 꽂고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새어나온다.

남편은 '그렇게 좋냐?' 면서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며칠 전 저녁,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주요 장면처럼 비도 오는데 마침 라디오에서 드라마의  OST 인 'Stand By Your Man' 노래가 흘러나왔다. 볼륨을 높이고 흠뻑 빠져서  들었다.

달달하고 사랑스러워서 안 빠질 수 없다며 컬러링도 이 노래로 바꿨다는 DJ 님의 멘트에 공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쓰게 만드는 책 하나

책도 글도 통 집중하지 못하는 요즘, 띄엄띄엄 읽고 있는 책이 한 권 있다.

필명 생선(김동영)작가님의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이 분의 에세이가 좋다. 많은 위안이 되어주었던 《당신이라는 안정제》도 그렇고.

저자의 얘기를 편안하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 부분에서 불쑥 영감이 떠올라 생각을 끄적끄적거리고 있다.


몸이 내는 소리

목, 어깨, 팔, 손목이 번걸아가며 쑤실 때마다 덕지 덕지 파스를 붙이며 근근히 버텼는데 요근래 들어 통 효력이 없다.

다시 정형외과를 들락거리며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왼쪽 팔에 힘이 쭉 빠져 들어올리기 힘들더니 엊그제는 오른팔 통증이 심해져서 어깨앞뒤로 무지막지하게 큰 주사를 두 방 맞고 왔다.

의사선생님은 도수 치 병행을 권했지만 실비보험 하나 들어놓은 게 없는 나는 치료비가 부담되어 한 번 받고는 더이상 받을 수가 없었다.

그간 대책없이 살아오더니만.

이제 아플 일만 남았지 절로 건강해질 리 만무할텐데.

석회와 염증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정신차리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만큼 몸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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